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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pr 16. 2022

백만 년 만에 동네책방

책방사색


서점,

서서 숨만 쉬어도

점점 기분 좋아져, 믿어봐

from 유병재 그의 저서 <말장난>에서


오늘은 진짜 그런 데이, 백만 년 만에 동네책방에서 킁킁거렸던 날. 아름다운 가게서 통 안 쓰고 옷장 한켠에 고이 놓아뒀단 백들과 옷들을 몽땅 기부하고 바로 옆 서점에 들렀다. 그래서 일기라도 써야 하는 꽤 의미 있는 날이다.


내가 바라는 루틴이 있다면 매일 퇴근 후 집 바로 옆 동네서점 가는거다. 집 근처 늘 북적거리는 백화점 지하에 교보문고는 있다만 늘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지역서점은 뭐랄까.


요즘 같이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실타래 엉켜있는 삶에서 가끔 정신을 놔버리고 싶을 땐 나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든다. 그러기에 딱 좋다. 주인장만의 큐레이팅도 관전 포인트고 어떤 이는 책을 바잉하는 걸 평온을 산다고 하는데 정말 맞다. 잠시만의 안락을 눈치 안보고 덥석 사기에 서점만한 곳이 없다.

하루에 12시간 퍼져 있는 사무실에 안식의 공간 한켠은 있어야 되지 않겠나 싶어 언제부터인가 책방처럼 책 한가득 코로나19 가림막처럼 쌓아놓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묻는다.


문: 어우 그 책 다 읽어서 뭐할건데요. 책방차리게요?

답: 그냥 위로받으려고 읽는건데요.


사실 위로 뿐만은 아니다. 궁금한 게 참 많은 나에게 책을 통한 가성비 대비 이만한 간접경험이 없다. 모든 걸 어떻게 일일이 경험할 수 있겠나. 넷플릭스의 조직문화가 궁금하면 17년 전 입사동기 룸메였던 친구처럼 몸소 이직하기도 하지만 <규칙없음>이란 책을 통해 접해도 얼추 되는 것


근데 말이다. 나에게 책은 내 호기심 천국, 힐링 욕구를 채워줄 일종의 필요충족 도구고,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에겐 분명 그 이상의 의미일텐데 말이다. 책만 몇 권 쌓아놓으면 ‘책방 하시게요?’ 깃털처럼 가벼운 말은 갈수록 어색하고 버겁다.


요즘의 동네책방은 공동체의 문화를 조성하고 느슨한 연대에 있어서 분명 역할을 한다고 본다. 책방주인으로서 공동체에서 문화를 만드는 일원으로서 어느 정도의 소명의식이 있어야 유지되는 거 아닐까 싶기도


문득 풀무질이 생각난다. 성대 앞에 인문사회서점이었던 풀무질이 35년만에 폐점을 하고 젊은 세명의 사장들로 다시 태어났단다. 기억에 남는 건 3ㅋ에 집중하겠다는 것. 큐레이팅, 콘텐츠,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그래! 소명의식이 있지 않고서야 3ㅋ 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오호라 그러다면?


은퇴하고 작은 서점이나 도서관 하나 인수해 바리스타 자격자답게 커피도 직접 내리고 밤에는 생맥도 팔고 오후엔 아이들 논술이나 글짓기 봐주고 작가도 초빙해 강의도 듣고 다 본 책 서로 바꿔 보면서 어울려 사는 나를 또 진하게 상상해보는 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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