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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May 17. 2022

어떤 모자가 당신의 독서를 이끄는가

독서사색

요즘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모 장관 후보자의 직설적이고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똑순이 화법은 바로 독서에서 나온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진짜 그의 사무실에 산과 탑처럼 책이 쌓여있고, 어떤 책들을 읽었길래 인상 깊은 단어를 잘 선별하는 탁월한 능력을 길렀는지 아님 원래 선천적이었는지 알 턱이 없지만 말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직급이나 나이, 수준에 맞는 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적 위치에 있는 리더의 경우 이른바 ‘신 콤플렉스’를 가지고 허우적 거리고 방황을 하게 된다. 사전적 의미로 개인의 능력이나 권한 또는 무과실성의 지속적으로 과장된 감정을 특징으로 하는 확고한 신념인데, 흔히들 빠질 수 있는 덫이다.


사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문제의 정답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찾기란 뿌연 도시에서 하늘의 별을 보는 것처럼 힘든 일인데도 우린 이 요망한 것에서 쉽사리 헤어나올 수 없다. 또한 돌림노래처럼 실패나 성공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고 어떻게든 껴맞춘다. 그를 속한 가정이나 출신학교, 학업, 스승, 읽었던 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둘러싼 배경을 탐문한다.


근데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우린 신이 아니라는 것. 흔히 리더는 답을 찾아 빨리 주어야 하며, 리더 자체도 본인이 자칫 능력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늘 불안해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가진 제한된 정보와 경험, 배웠던 논리로 해답을 신속하게 제시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엔 딱히 잡히지 않은 아득한 한계를 느낄 수 있다.


‘모자를 좇아가서 잡았더니 그 모자가 다른 것으로 변하지 않았어?’ 라고 묻자, ‘아니 모자를 좇지 않았다’고 말하는 김영민의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를 보고 무릎을 쳤다. 맞다. 눈 앞에 있는 모자만 갈구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빠져선 안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모자를 너무나 사랑할 수도 있겠지만 좇아서도,함몰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글쎄 그 방법을 딱히 모르겠다. 내가 주로 하는 독서에 있어서 나의 모자는 뭘까. 세찬 바람으로 모자는 날아가고 있는지, 종종 내리쬐는 뙤약볕에 모자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인지 의문부터 고민한다면 절반의 성공은 한 게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공공도서관인 뉴욕공립도서관의 관장 토니 막스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배움을 돕고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발라내는 장소라고도 했다. 마치 언론사처럼.  마지막에 언론사처럼이란 말에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토니 막스는 독서를 통해 사람들은 배우고 진실을 알아간다고 했다.


관건은 똑부러지는 단호한 정답보단 진지하게 배우려하고, 진실을 알아가려는 진실한 태도부터 먼저 보여주는 것, 그부터가 아닐까. 나의 독서로 인해 신 콤플렉스를 없애고 모쪼록 내 앎과 내 진실을 향한 배움이 찬찬히 깊이 있게 진행되었음 한다. 대체 당신의 어떤 모자가 당신의 독서를 이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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