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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May 19. 2022

침묵 속 30cm 거리

독서사색

2년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내 모임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어떤 이들은 퇴사까지 고려할 정도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웃프다. 남쪽 나라 근무 시절 거의 매일 상사가 주는 술을 끝내 거절 못하고 족족 받아먹고 토하고 개워냈던  한심하고 미련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래 모든 인간관계는 어쩌면 노동이고 에너지 소모니까 그래라 그래, 그렇고 말고 충분히 이해하고 말고


근데 어떻게 만족되기만 할까. 최인철의 <프레임>에서 만족과 흡족의 차이를 풀어냈는데 놀라웠다. 만족에는 어느 정도의 체념도 포함되고 흡족은 자기만의 기준에서 충분히 조금의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들과 섞여 사는 게 당연한 것인데, 그때마다 불편한 구석도 생기고, 때론 만족으로 적당하게 타협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조율 속에서 점점 지쳐갈  차라리 쓸쓸함과 공허함을 처절히 느끼는 혼자가 낫겠다  생각도 자유고, 헨리 소로나 ‘나는 자유인이다프로그램 주인공처럼의 실행도 역시 자유다.  드라마에서 ‘행복하지 않겠다. 불행한  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해보겠다라고 3가지 수칙을 이야기했더니만, 연기 아닌 인생이 도대체 어딨냐는 자조적인 대답을 하더라. 그렇지 않은 척을 하든 진짜 그러려고 하든 모든  자유고 선택이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하지 않나. 내 경우 40대 중반에 급사하긴 싫어 그간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적정 시간동안 쿵짝을 맞춰준 후, 그 무리를 빠져나올 적절한 타이밍을 기어이 찾아내곤 한다. 빠져나올 때면 누가 급하게 불러도 가급적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무작정 걷는다. 머플러가 없다면 외투에 깃 바짝 세우고 주머니에 손 찔러놓고는 모양빠지는 총총 걸음이라도 좋다. 제법 걸음이 빨라진다. 오직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위해 집으로 향한다.


침묵 속에서 자그마한 평안과 지혜를 얻기엔 독서만한 게 없다. 독서와 고독은 필수불가결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 적정한 온도의 마음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 30cm, 흔히들 말하는 독서할 때 책과 눈의 거리라고 하는데, 잠깐 멈춰 책 속의 저자의 의견과 생각에 무게를 실어주자. 오직 독서로 바쁜 일상 속에서 펄떡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시키며 달랠 수 있다.


TV뉴스  주로 등장하는 인사들은 남의 허물 탓만 하고 돌림노래처럼 공정, 정의를 외치는   두꺼운 장막을 거두어내면 나를 봐줘, 인정심리만 똘똘 뭉쳐져 있는  아닌지.  헛헛한 마음에 내뿜는 포효고 소음은 아닐지 그럴 때일수록 우린 침묵  30cm 거리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은 아들 수학학원 다녀와 고꾸라져 잠들 때까지  부릅뜨고 절대고독의 시간을 기다려보자. 무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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