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한다 May 24. 2022

어때? 팀플 독서

독서사색

지난 새벽 아들의 연다른 괴성에 잠이 쏙 달아났다.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 위해 약 150만명, 거의 특례시급 인구가 밤잠을 설쳤다지? 나도 엉겁결에 동참하게 되었다. 놀라웠던 건 미스터 손의 감아차기 슛도 환상이었지만,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고 그에게 득점할 수 있게 도와주고 끌어주는 마음씨 좋은 동료들과의 팀플레이. 정말 희한하다. 유럽인들의 트레이드마크 개인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팀을 중히 여기는 츤데레들 밖엔 보이지 않더라.


독서도  그랬다. 독서 모임  연애나  같은 잿밥에 치중된 것에 실망해 독수공방 나홀로 읽었던 그동안의 세월을 잠시 제쳐두고, 작년 봄부터  모임을 통해  달에   같이 읽고 있다. 일체 관심조차 없었던 그림책과 소설도 읽는 기이한 경험과 더불어 함께 하니 할만하며 거기다가 조금씩 재미있어지더라. 그동안은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책만 즐겨보다가 때론 어떠한 자각도 없이 건조하게 문장만 읽는 세월을 기어이 건너, 함께 논제를 만들고 질문을 찾으며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유하는 까지 흥미를 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희한하지? 이젠 이러한 신비로운 경험으로 인해 무작정 안된다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자주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는 지점이 생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라고 울부짖던 어떤 사안들에 대해 ’ 그럴 법도 있지 않나? 그럼 나도 한번? 그래볼까하고 회색 분자가 되어가는 건지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건지 포기의 속도가 빨라지는 건지 뭐가 뭔지는 나도 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독서모임 이후 분명해지는 , 유학의 최고 경전이라고   있는 논어의  구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단어를 덧붙이고 싶다는 , ’때론 같이


책을 읽다가 어떠한 부분에서 잠시 멈추고 누군가를 생각하며 표시를 해두었다가 나의 시선이 멈추는 그곳과 상대방이 새롭게 눈뜬 또 다른 지점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더해 변진경의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같은 걸 사회복지 동료에게 윤석만, 천하람의 <낀대패싱>을 청년정책 관계자에게 권하며 같이 읽자고 한다면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품어본다.


오마에 겐이치의 <난문쾌답>에서 현대의 혁신은 바로 유희심이라고 한단다. 여유와 익살을 잃지 않는 마음과 함께 자기를 발전시키고 주위로 눈을 돌려 비뚤어진 것을 바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아서 종종 느슨한 연대를 통해 배우고 익히면 결국 너나 나나 행복하지 않을까? 손흥민이 앞장서 팀 승리를 위해 PK 찬스를 양보하고 인터뷰 끝엔 항상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기에 그 기운들이 모여서 온 우주가 나서서 그의 득점왕을 도와줬듯이 나의 독서도 때론 같이 그렇게




작가의 이전글 무계획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