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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n 05. 2022

필요를 부르는 독서도 필요해

독서사색 

“엄마, 영어 공부를 왜 해야 해?” 


아들이 물었다. 갑자기 멍했다. 그리고 주절주절, “어 엄마의 경우 회사에서 많이 필요했어.너도 적당히 잘하면 좋을 거 같아. 그러기 위해선 영어 공부는 좀 시간이 걸려. 너도 지금부터 엄마처럼 열심히 하면 어떨까?” 라고 둘러댔지만, 그 ‘적당히’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열심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포기가 있었던가. 


그놈의 ‘열심히 해’ , 칼 뉴포트의 <열정의 배신>을 보면 무심코 내뱉는 이 말에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열정 마인드셋에서 벗어나 장인 정신부터 가지라고 한다. 세상이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나에서 탈피해 내가 세상에 뭘 할 수 있느냐로부터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 그러고 나서 지위보다는 자율성을 추구하고 사명감을 가지라 한다. 


즉 “사람들이 돈을 낼 일을 하라.” 일의 원칙에 있어서 열정론 대신 일을 규정하는 특징은 다름 아닌 희소성과 가치. 먼저 그런 일을 갖고자 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희소하고 가치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고 있는지부터 체크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붐업, 자기 계발을 요하는 독서부터 필요하다. 


물론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을 보면 어린이들에겐 우화로 위인전으로 배경보다 노력이 최고라 거짓으로 흘리고,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겐 노력은 잠시 접어놓고 간절히 원하라는 시크릿 같은 걸로 힐링 사기를 친다고 한다. 아예 자기계발이 더는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미 개천에서 더 이상 용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로또 같은 천운 따윈 바라지도 않지만 뭐 그렇다고 저자처럼 자기계발서에 자조적이고 냉소적일 필요까진 없다. 가끔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하고 채찍질 하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기계발의 필요를 부르는 책들은 게으름이란 염증을 진정시켜주는 일종의 소염제다.  


글쎄 <리부트>의 저자 김미경의 경우 57세에 파이썬을 배웠단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늘 똑같은 레파토리에 디벨롭 없는 파이팅 서사만 가득한 이야기에 식상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강의가 끊기니 전면적으로 탈바꿈할 수 밖에 없었던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마치 물벼락 같았다. 혼돈의 변수를 불변의 상수로 이겨내는 악착같은 이야기를 가득 담은 이 책은 내게 ‘얼음 땡’을 외쳐주었다. 영어 강의까지 술술 하고 있는 저자를 보면 변화 없는 평안한 일상을 살고 싶고 혼란과 위기를 살살 피해가고 싶은 비겁한 순간들에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물론 막상 책을 덮고 나서 앞으로 요구될 노력과 열정에 숨막혀 속도가 더딜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는 거야. 그 필요를 부르는 독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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