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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n 10. 2022

가는거야. 도파민 뿜뿜 독서

독서사색

솔깃하다. 이번 달부터 지역서점에서 지역화폐로 결제 시 결제 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해서 무슨 책을 살까 아침 신문의 신간 소개 코너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충돌한다. 주담대 이자가 많이 올라 허리띠를 졸라 매야 되는데, 좀 참았다가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아냐. 신간은 바로 신선할 때 바로 사보는 맛이 있는거야. 두 생각이 마음의 정중앙에서 부딪친다.


책만 생각하면 여지없이 도파민 뿜뿜이다. 눈꼬리도 입꼬리도 가만히 있을 줄 모르고, 최대치로 올라간다. 도파민은 호감에 발동을 살살 거는 호르몬으로 극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격정적인 느낌을 받을 때 분비된다고 하는데 아니 그렇다면 책으로 인해 다소 과격한 내 감정도 종종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홈쇼핑 충동 구매과 동급의 수준인지 갸우뚱해진다.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에서는 한 술 더 뜬다. 한 의학자의 말을 빌려 “인간은 열대우림의 선인장”이라며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선인장이 열대우림에 던져진 것처럼 인간이 과도한 도파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했다. 집착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한다.


글쎄 무언가에 흠뻑 빠지는 활동에서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것은 인류가 가진 DNA에 새겨진 본능이라고 하는데, 굳이 본능을 억제하면서까지 살아야 하나 싶다. 도파민 컨트롤을 위해 팜유 같은 동물성 지방 섭취를 자제하고 엽산, 철분 등을 먹어야 하나 ‘아리송해’의 이은하 언니가 문득 생각하네.


얼마 전에 읽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의 밀라논나는 행복이란 매 순간 내 오감이 만족할 때 오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 몸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갖고 살며, 내 오감 중 어떤 감각이 가장 발달했는지 깨달을 정도로 자신을 잘 관찰하고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자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내겐 아마도 매일 산책을 하고, 책 읽는 시간만큼 내 촉수로 흥분과 고양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결코 하루라도 빠지지 않고 놓칠 수도 없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살짝 걱정되는 건, 도파민 과잉의 시작인 금단 증상이다. 에이 설마가 사람 잡는다. 독서에도 금단현상이 있다.


일상적으로 하는 루틴을 한동안 하지 않았던 적이 있는가. 매일 새벽에 읽던 책을 다른 업무로 인해 며칠간 하지 못했더니 업무  보는  글마다 읽고 싶어 죽겠다. 머리에선 ‘이게 하나의 책이라 생각해주문을 건다.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레이저 광선으로 종이를 새카맣게 태울지 모르겠다. 이건 며칠 동안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일체 끊다가, 뻥튀기  알을 먹었는데 사카린 단맛을 제대로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도파민도 똑같다. 진짜 재미를 알고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도파민 공백 역시 견뎌내야 한다지만, 아 몰랑 이번 주 내내 1일1독 하지 못한 나는 주말엔 도파민을 살짝 아껴둘 생각 따윈 접어버리고, 이창현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의 이 말만 떠올린다. “일평생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은 한정되어 있어.“ 주말 기차 타고 경주갈 때 무슨 책을 읽을까? 아니나다를까 벌써부터 도파민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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