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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n 14. 2022

현혹되지 않는 독서

독서사색

국토부가 장려하는 전 국민의 생활자격증을 너무 쉽게 본 거지. 전 직장 다니면서 부동산 중개사 2개월 벼락치기 하다 과락해 미끄러졌다. 쪽팔림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그때부터 부동산 관련 책들은 들춰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타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줄 만큼 그리 너그럽지 않는 이 사회에서 호구나 빨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동산 관련 지식은 필수란 그 생각 하나만으로 


도대체 돈은 뭔가. 어떤 이는 오륙도라고 했다. 거제에 있을 때 부산을 내 집 드나들 듯 다녀 오륙도를 잘 안다. 바위섬인데 동쪽에서 보면 봉우리 여섯 개고 서쪽에서 보면 봉우리가 다섯 개다. 돈도 마찬가지. 보는 사람의 위치, 보는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다는 뜻이다. 


내겐 돈이란 나이 들수록 좀 다르게 다가온다. 20대에는 갈급의 대상, 30대에는 영혼까지 싹싹 긁어 갈아넣은 블렌더, 40대 지금은 갈급의 대상도 블랜더도 아니고 싶을 뿐. 그건 내 희망사항이고, 노후의 땡볕을 피하기 위한 그늘막 정도? 대치동키즈의 <내집 없는 부자는 없다>에서도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쌓으려고 하는 목적은 보다 정성적이며, 자본주의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고 했다. 


어디 보자. 요즘 투자는 온라인 강의의 오픈북 시험과 같다. 부동산의 경우 이미 어디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나갈지 정보가 다 나와 있는 상태며, 주린이를 위한 주식투자 유튜브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안에서 어떤 정답을 찾아가며 똘똘한 투자를 해야 갈지. 얼마나 좋은 성적을 얻을 지는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동탄2를 수시로 지나 다니던 5년 전까지만 해도 늘 갸우뚱했다. 저 성냥갑 같은 수많은 아파트들이 좁디 좁은 땅덩어리에 지어지고 또 지어져도 왜 계속 공급해야하는지 예전에는 궁금했던 것들이 관련 책들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인구는 줄어들지만, 1인 가구의 비중은 증가해 이들을 위한 주택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임대주택시장 역시 그 파이가 커질 거라는 분석은 꽤나 설득력 있다. 


더불어 주택공급 확대보다는 수요분산이 더 중요해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방으로 이주 유도하는 정책과 수도권 이외 지방들을 뭉탱이로 묶는 메가시티 전략이 필요하다는 마강래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보면서 새 정부의 국토부에서 잇따라 내놓는 정책들과 비교해보는 쏠쏠함도 온몸으로 느꼈다. 


물론 '백날 책을 보면 뭐하는가.'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투자 실행에 옮기기까지 용기내기 어렵고, 실전이 성공할 가능성도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일단 나와 내 가족이 누리고 싶은 기대의 수준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힘이다. 그렇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 나는 왜 투자로 돈을 벌고자 하는가. 정말이지 간절한가. 


분명한 건 관련 책들을 이것저것 읽음으로서 '일확천금' '한탕주의'의 삼천포로 살짝 빠져 귀가 솔깃한 아마추어리즘은 점점 엹어진다는 것. 그거 하나로 벅차고 충분하다. 아니 근데 투자의 묘미는 불확실성을 낮춰준다는 것에 있는데 TV에 뻔질나게 전문가라고 얼굴을 팔았던 그가 실제 무자격자였다니. 도대체  믿을 게 하나도 없는 서늘한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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