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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n 14. 2022

24시간이 모자른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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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미쳐 돌아가는 숨 헐떡이는 분주함 속에서도 정말 좋아하고 원하면 결국엔 생각나 펼쳐보게 되는 것, 잠시만이라도 보고 싶은 것, 확인하고 싶은 것, 사람들이 좋아하고 새로운 게 나타났다면, 더욱더 궁금해하는 것, 심적으로 힘겨움이 밀려올 때마다 보고 싶고 의지하며 온전히 기대고 싶어지는 것


”시간이 없어요? 그건 핑계예요.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할 사람은 해요.“


이것은 바로 책이다. 잘 들여다보면 정말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 절실함이 없거나 그렇게까지 할 뚜렷한 이유가 아직 없는 거다.


사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입 벌리면 시간이 딱 내 입 정중앙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닌데 우린 자꾸 모자르다는 비겁한 핑계를 댄다. 아니 구글은 2011년 동일본 지진 발생으로부터 불과 2시간도 채 안되어서 동일본 대지진의 특설사이트 ‘재해 대응’을 만들었고, 그 서비스의 하나로 일본어판 퍼슨 파인더를 공개했다는데, 우리네 평범한 일상에서 그 대단치도 않은 이삼십분을 못 내는 게 핑계가 아니면 뭘까.


사실 독서는 다 쓰고 남은 여유와 시간을 탈탈 털어 책에 내어다 바치는 게 아니다. 무릇 쥬스나 즙 같은 것, 한 방울까지 짜내서라도 부지런히 보고 또 보는 게 책이기에 그렇다면 우리가 읽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결국 내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원래부터 책을 보기 위한 유토피아는 없었다. 1516년 토마스 모어 선생님께서 유토피아를 내놨지만 500년이 흐른 지금 그 어떤 사람들이 6시간 일하고 8시간을 자고 있는가. 단언컨대 앞으로도 책읽기 좋은 한량한 천국은 없다.


요즘은 점심을 11시 반에 먹는 경우가 많다. 15분 정도 잘 먹고 15분 정도 주변 산책을 하면 2천보 넘는다. 양치하고 돌아와서 새벽에 보다가 덮은 책을 20분 정도 이어 본다. 그럼 얼추 1시간이 흐른다. 가끔 피곤할 때 책에 파묻혀 텐미닛 쪽잠을 청하면 종이 향기로 인해 어디 대나무숲 온 거 같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책을 못 읽는다는 것처럼 슬픈 말이 없다는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경우 약간 수전증 같은 게 있거든. 가슴도 두근두근. 책을 봐야 되는데 보지 못하다니 참으로 우울하도다 하면서. 나를 반듯하게 곧추세워 줄 책을 자의반타의반 멀리하니 마음 밭이 날로 황폐해지는 걸 느끼고 지난 주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독서하지 못했던 내 마음의 건조도는 얼마인지 문득 궁금하다.


정지우의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를 보면 삶은 오늘에 밀착할 때만 발견되고, 있는 건 오늘뿐이라 했다. 그래, 하루하루 오늘도 시간을 내어 최선을 다해 정성을 들여 읽으면 된다. 읽을 때만큼은 가능한 한 모든 감각을 책에 쏟아붓자. 그 시간들이 모여서 전체가 되고 최선의 총량이 되는 걸. 온전히 빠져 즐겨보고 떨쳐내고 전념하자.


오늘 퇴근 후 무슨 책을 영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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