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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n 20. 2022

진짜의 장인정신에 압도된 먼데이

독서사색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세상에나. 이런 글맛이 있었구나. 보는 내내 놀라면서 맨 앞장 저자의 프로필의 나이를 보고 또 화들짝. 진짜 농익은 감정들은 나이를 불문한다. 66년간 속초에서 3대가 운영하는 동아서점 사장님의 뜨악하는 필력에 압도되어 숨도 고를 겸 눈을 잠시 감았다. 쏴아 파도소리, 끼룩 갈매기 소리에 먹이 준다고 새우깡 부지런히 뜯는 소리 환청이 들린다. 먼데이 짙은 감동의 파도 타고 밀려오네.

 

저자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읽었고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에도, 서점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언제나 책이 필요했다고 했다. 꽤나 인상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 책에 대한 정의였는데, 책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느 서점 주인의 자기 실험 보고서이면서 생활문이라더라. 책을 사랑하는 진심을 넘어 일종의 장인정신을 느껴졌다.

 

문득 생각났다. 무심코 내뱉은 ‘열심히 해’에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칼 뉴포트의 <열정의 배신> 열정 마인드셋에서 벗어나 장인 마인드셋부터 가지라는 저자는 세상이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나에서 탈피해 내가 세상에 뭘 할 수 있느냐로의 전환부터 시급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지위보다 자율성을 추구하고 사명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즉 사람들이 돈을 낼 일을 하라 하는데 진짜가 운영하는 속초서점에 간다면야 마음 푹 놓고 기꺼이 책들을 한아름 살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

 

현재 기술흐름이나 트렌드의 존속연한이라곤 고작 1-2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런 정신 혼미한 세상 속에서 대를 이어 꾸준히 서점을 경영하고 책을 고르며 글을 쓰는 저자의 묵묵함과 진득함 그 자체만으로도 참 위안이 된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 시대가 원하는 꾸준함이란 무엇일까. 일단 자기 맡은 바 일에 지속하는 것이다. 그의 전제는 다름 아닌 몰두의 욕구, <장인>의 리처드 세넷이 첫 번째로 주목하는 장인정신의 기본개념은 바로 일을 잘해내려는 욕망이었다.

 

그러니까 몰두하려면 무언가에 확실히 집중하는 능력부터 지녀야 한다. 더불어 몰입하면서 옆을 볼 줄 아는 겹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닫히지 않은 말랑한 마음을 바탕으로 한 언제든 자기가 맡은 바의 좋은 결과를 위해 수정하고 고칠 줄 아는 유연성.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의 저자의 경우 대학졸업 후 공연기획 홍보를 했으며, 책자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다 9년만에 아버지의 서점을 이었다.

 

결국 겹눈으로 세상을 똑똑히 마주하고 겪었던 그 경험들이 방향을 틀어 그를 서점으로 이끈 거 아닌가. 시대에 상황에 흐름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그 몰아치는 파도를 내 자신만의 리듬으로 그처럼 넘고 있는지, 나의 실존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인내의 강을 건너 책의 세계에 살고 있는 저자와 같이 나는 그렇게 책을 읽고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진짜의 장인정신까지 더해 현타가 온 먼데이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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