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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n 21. 2022

32.6도 어느 여름 초입 생태적 삶에 보탠 하루

독서사색

32.6도

6월 중순 난데 없는 푹 찌는 날씨를 겪으니 싱그럽고 푸르르고 청량했던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가 떠올랐다. 개인적으론 재작년 여름 최고의 책이었다. 그 때부터 생태적 삶에 대해 좀 더 생각했던 거 같다. 사실 ‘생태적 삶’이라고 해서 별 다른 게 없다. 자연 속에서 걷고, 동식물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것. 왜냐하면 ‘생태계’의 중요한 특성은 ‘상호의존성’이기 때문이다. 즉 모든 생명체는 상호의존성에 의해 성장하고 발전한다.


특히 주말에 서판교 널다리교를 지나 판교종합사회복지관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얼추 5키로. 마스크 너머로까지 퍼지는 들숨과 날숨 그리고 풀과 나무 향기. 두루미 몇 마리와 작은 새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여울물과 모래톱 근처에 노니는 모습에 정말진득한 평화로움을 느낀다.


글쎄 일 년 중 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은 여름이란다. 꽃창포, 패랭이꽃, 금강초롱꽃, 엉겅퀴부터 맥문동, 수국, 백일홍, 라벤더, 연꽃, 해바라기 등 형형색색의 여름 꽃이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거기에 더해 탄천 여울가 모래톱에 서있는 고고한 두루미까지 편안함과 아늑함, 이게 생태적 삶이 아니고 도대체 뭔가.


자연처럼 우리네 삶도 자기 극복과 자기실현의 과정이겠지. 모든 생명은 무릇 부족한 것이 있게 마련이고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극복하는 과정이 바로  '생명의 삶'에 있다. 그럼, 생명들의 보고인 숲이고 천이고 그 본질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아시다시피 나무와 풀과 꽃은 모두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앞서 언급한대로 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인 여름이고 피어나는 여름꽃들은 색과 향으로 벌과 나비가 찾아와 수정을 하도록 자신을 바꾸기 마련이다. 주로 눈에 안 띄게 헛꽃을 만들어 벌과 나비를 부른다. 이런 식물들의 애씀을 보고 있노라면 '신비롭다’ 는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나무하면 나태주의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에서 ‘서점에서’가 떠오른다.


서가 사이에서 서성이는 건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서성이는 것

책장을 넘기는 것은

나무의 속살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

기가 막히지 않은가.


속이 답답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날에는 자작나무 인제까진 너무 멀고 그 비스무리한 곳 아무데나 들어가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기 전에 숲을 보려면 숲을 보지 말고, 나무 하나하나를 보면 어떨까. 나무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더한 것이 숲이기 때문에 즉 세상을 변하게 하고 싶으면 그 세상을 보지 말고, 그 세상 속에 속한 나를 보며 나로부터 그 변화를 일궈야 세상의 변화가 비로소 시작되니 말이다.


분명한  고정된 것은 없고 고일  없으며 결국 흘러가고 바뀌게 되어있다. 그러고보나는 지금 흘러가고 있는가. 멈춰있는가. 흘러간다면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가. 어제 만난 옛직장 선배는 벌써 부장 2년차, 나보다   많은 언니는 이번주부터  화장품 회사 상무보라는데 이렇게 날고 기는데 나는 정체된 것은 아닌지, 자꾸 내가 디딘 땅을 보게 된다. 내가  있는  곳은 아슬아슬한 벼랑 끝인지 아닌지.


돌이켜보면 난 늘 경계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95프로 넘는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사력을 다했고 공대생 속에서 나홀로 기술을 이해하고 익히려고 고군분투했다. 지금 공조직 안에서도 경계인 신분은 별반 다를 게 없다.


허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경계에 서면 익숙한 것도 없고, 늘 새로운 것. 오늘의 후덕지근함과 내일의 무더위는 분명 다른 것처럼. 매번 느끼고 알아야 하는 숙명인지라 참 피로하지만 견딜만 하다. 일단 격동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틈을 찾으며 학습하고 실행하는 수 밖에. 쭈욱 be alert  더불어 나를 미러링할 수 있는 나의 독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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