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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05. 2022

1mm라도 달라지고 싶다면

독서사색

싫증  내는 내가 좋아하는  다름 아닌 변화, 물론 자질구레한 마이크로 변화도 웰컴이다. 예를 들어 오밤중에 커피를 맛있게 마셔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음날 5시에 일어나야 할지라도  깔고 엎드려서 책을 본다든지 따위의 시도. 지난 주말에 그랬다. 난생 처음 오디오북으로  권을 꼬박  들었다. 책을 넘기는  물성과 촉감이 좋아서 여태껏 오디오북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근데 이게 웬걸? 설거지 그릇 뽀드득 소리와, 청소기  소리를 뚫고 나온 나긋나긋하고 정돈된 성우의 목소리.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자기 전에 애인이 들려주는 자장가라고 생각하고 잠을 청해야겠다 다짐했다.


일단 변화를 실행하려면 단단한 알에 조그마한 흠집을 내는 것부터 시도해야 한다. 그런 변화들이 모여 혁명이 되고 새로운 세상이 온다. 나에겐 혁명이란 말이 통 와닿지 않고 늘 쓰는 생활어 같지 않으며 저세상 텐션 가득한 외계어 같긴 하다만…뱃살이 좀 신경쓰여 운동을 하고 싶다 치자. 생활습관 하나도 바꾸기 힘든 게 본디 인간이다. 퇴근 후 고된 몸 드러눕고 싶은 게 본성이고 관성인데 어디 윗몸일으키기가 쉽더냐. 인간이란 무릇 고쳐쓸 수 없다. 그래, 내키지 않은 혁명보다 온건한 변화라고 치자.


주변인들은 물어본다. 시간 남아서 밤낮으로 책을 보냐고, 눈이 아프지 않냐고. 그럴 때마다 답은 하나다. 시간이 남지도 않을 뿐더러 눈이 아프더라도 마음 아픈 거보다 가만히 정체되는 것보단 훨 낫다고. 분명히 말하지만 시간이 있을 때 산책하고 수다를 떨지 시간과 독서 정비례는 적어도 나에게 무관하니 만약 이 글을 보거든 더는 묻지 말라. 독서신봉자로서 한 마디하자면 사람은 지극히 민감하고 지극히 가변적이라 너무 힘들게 해서도 안되고 너무 편하게 해서도 안된다만, 독서 테라피만큼 유효하고 온건한 처방은 없다.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에서의 독서의 정의가 꽤나 인상하다. 가벼운 옷 골라 입는 일종의 패션이고, 운하가 뚫리는 듯하며, 납치당하고 싶단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까 하고 보니 저자는 온라인에 매일 밤 한 권씩 독서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무려 1,000권을 목표로 시작한 이 작업은 7권의 방대한 저술로도 출간되었다. 저자는 읽는 변화에서부터 출간의 대단한 혁명까지 과감히 이뤄냈다. 패션이고 운하고 납치란 책과 거리가 멀 것 같은 단어들을 골라 얹어가면서 독서를 표현하는 내공은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니지.


변화라 해서 시도조차 움찔할 필요는 없다. 두려움,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좀 더 자유로워도 무방하다. 예전에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의 책을 펼쳐보거나, 카페에서 음악 대신 오디오북을 듣거나, 퇴근 후 새로운 책 모임으로 관계를 맺거나 독서란 처방을 통해 덮여 있는 생각과 마음을 점점 열어가는 그런 변화. 바깥은 폭염경보가 사정없이 울리는데, 마음은 계절변화와는 전혀 무관하게 스산하기 따로 없을 때 단 1mm라도 새로운 걸 느끼고 싶을 때 책테라피로 살살 어루 만져보자. 오늘부터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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