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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06. 2022

알바몬의 독서

독서사색

2층에서 6층으로 사무실을 옮긴 지 어느덧 4일째, 밖에 나가기가 왜 이리도 귀찮을까. 출근할 때 약 1천5백보 걷는 그 찰나같은 순간에도 땀이 주르륵 그래서일까 모든 걸 6층에서 다 해결하고 퇴근할 때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1층에 내려가는 것에 그 사이에 익숙해져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처럼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점심시간 내내 엎드려 오디오북을 들었다. 여름 더위를 피하는 피서에 귀호강까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되뇌이며 오후를 맞는다.


사실 비워내야 하는  배가 아니라   있는  머리 속인  멀찌감치 제쳐둔 것을 이제야 꺼내놓는다. 요즘 온통 들어찬 것은 다름 아닌 스트레스. 사무실도 바뀌고 그동안 모셨던 보스도 계시지 않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켜켜이 쌓여 비롯된  같다. 스트레스  녀석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뒤져봤더니 김세유의 <나를 위한 오늘의 문장>에서는 알바몬 훈련으로 극복하라고하더라.


알바몬이란 알아차림, 바라보기, 몬스터 훈련을 줄인 말이다. 상황보다 거기에 반응하는 자신의 인식이 문제라는 알아차림, 동전의 양면을 생각해서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긍정의 관심으로 주시하라는 바라보기, 지나가는 감정은 내가 아니고 괴물일 뿐이라고 자각하는 훈련을 하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단다.


우선 ‘인식’, 인식해야 존재하는 것.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인식하고 도저히 안되겠다고 깨달아야 존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바라보기...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거리를 두고 봐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그 전에 몰두와 몰입의 차이를 아는가. 김도영의 <기획자의 독서>에서는 몰두는 문자 그대로 머리를 들이밀고 집중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몰입은 그 안으로 들어가 직접 그 대상이 되어보는 수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바라보기란  몰입보단 몰두에 가까울 것이다.


더불어 부수적으로 생기는 걱정, 근심 등 부정적인 감정들에선 온갖 성질을 다 내며 참지 않고 맞설 것이 아니라 놓아주고 흘려보내는 것. 일체의 사물이나 현상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식되지도 아니하며 또한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는 사상적 태도인 니힐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지나치고 잊어버리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허나 우리의 감정이 어디 그렇게 곧이곧대로 흐르던가.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감이나 조급함을 느끼면 불쑥불쑥 무의식까지 점령하고 집중력을 빼앗길 수 밖에.


그런 불상사 전에 깊고 긴 심호흡 한번에 책을 펼쳐든다. 달콤한 목소리로 눈감고 들어도 좋다. 무거운 머리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 싶을 때 오로나민 씨 한병 드링킹한 거 같은 청량함을 주는 가벼운 책도 어떠냐. ‘책 한 권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라는 앙드레 지드처럼 보다 덜 묵직한 새로운 나를 위해 반복해 구르는 비탈의 눈덩이처럼 오늘도 별일없이 가길 바라며 콩만한 마음을 끓이며 조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내 독서내공으로 내 독서중력으로 그까이것 스트레스 눈덩이 녹여버리는 그만인걸. 가슴 활짝 펴고 대범하게 아찔하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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