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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07. 2022

이조차 고마워

독서사색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힐링에세이라 진하게 광고했던 전승환의 <나에게 고맙다>는 2016년 첫 출간 이후 30만부나 넘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작년 말 출간한 전적이 있는 나에게는 참 부러운 일, 중쇄조차 힘든데 30만부에 눈이 번쩍였다. 어마무시한 숫자만큼 잔잔한 이 책에서 눈에 띄었던 건 다름 아닌 책에 대한 정의였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읽는다는 것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책과 사람은 공통된 의미를 지닌 위대한 스승, 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 인생 전체가 온다는 말 있는지 않는가. 그 말과 오버랩됐다.


간간이 강의 가서 하는 말 중 ‘세상엔 허투루가 없다’ 새로운 오피스에서 사람들과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또한 책만큼 배우고 느끼는 바가 크다. 말을 참 조리있고 재미나게 거기다가 적절하게 욕도 섞어서 시원스레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는 재주를 가진 분, 살뜰하게 이것저것 배려하면서 입은 무겁고 행실은 묵묵하게 자기 할 일 다 하는 나이 어린 동료를 알아가면서 무심코 흘러가듯 보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 어떤 사람도 배울 구석이 있는 것처럼 책도 그러했다. 이상한 책, 쓸데없는 책, 재미 하나도 없는 책에도 인상 깊은 단 한 구절이 있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내 책을 통해 내 인생과 내 공저자의 인생을 둘 다 아직 맞이하지 못했다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와 의미 또한 있을 것이다. 1인 출판사라서 마케팅이 딸려서? 유명세 있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별 기대가 없어서? 등등. 며칠 전 신문사 국장님과 이야기하던 중 사장이 자길 꺼려하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국장님은 제 눈엔 참 매력적이에요.” 이라고 했더니 그분 왈 그러니까 “나 같은 매력 넘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쓰겠냐고. 나이 들수록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곁에 두질 않아. 왜냐 본인 가치가 떨어지잖아.” 그 말을 듣고 나서 안타까워했는데, 이 말을 할 걸 그랬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 우리 스스로를 궁지에 몰지 말아요. 남도 나도 깎아내리지 않은 자기만의 정통성을 국장님은 갖고 계시고 진작에 본인의 매력을 알고 계시잖아요. 우리 이 이상을 어떻게 더 해요.” 라고. 사실 이건 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김지수의 <자기 인생의 철학자>에서도 나온 말을 조합한 건데,  제목처럼 결국  각자 자기 인생만의 철학이 있는 거다. 나는 어떤 경험이든 허투루가 없으니  또한 온전히  것으로 받아들이고 느끼자는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는 것이고.  온전히 자기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선 본인 이상으로  알아야 하고 면밀하게 파고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거다. 그래, 중쇄도 찍지 못한  중고책방으로 사그러지는  소중한  책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으로 응시해보자. 마치 나이듦에 대한 초췌하게 변해가는 자기 모습을 제대로 맞닥들인 램브란트처럼. 그의 마지막 자화상을 거울 속에서 사라지는 추하고 어그러진 자신을 똑똑히 들여다보고 그렸다는데,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그릴  있고 표현할  있는  자체가  역시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량한 완장 그거 하나 차면 뭐가 된 것 마냥 마치 영원한 줄 알고 거들먹대거나 늙어감을 부정하며 젊음을 탐하고 시기하는 것과는 반대로 내 꼴을 또렷하게 직시하고 초연해지는 것. 그게 생각만치 첫 책의 부진한 판매실적에 다소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또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경험이라고 위안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평정심을 찾는 일의 최선일 것이다. 이를 통해 경험의 누적을 차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내고, 다음 책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면 되는 것 아닌지. 문득 김찬호의 <모멸감>을 생각나는 건 아직 그 과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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