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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pr 18. 2022

견디는 힘

독서사색

당신은 hsp(highly sensitive person)인가?     


나가누라 무츠오의 <몹시 예민하지만 내일부터 편안한게>에서 체크리스트로 자가진단을 해보니 25개중 5개 정도다. 과민성 까칠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구나 하면서 안도했다. 정동감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상대의 불안감이나 긴장감, 불만이나 분노 등이 그대로 전염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주위에 에너지 뱀파이어가 있을 경우 hsp가 느끼는 정도가 심하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한 마디로 주위 사람들의 기를 사정없이 빨아먹는 못된 이들을 말한다. 피해망상, 우유부단, 불평불만, 자기 우선, 허언, 위선, 자기 정당화의 기질이 다분한 이들이시다. 어느 곳이나 또라이 질량 법칙이 있듯, 어느 조직이나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존재하신다. 개체수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 사는 곳은 매한가지다.     


직장생활을 하며 느즈막히 시작한 책읽기를 통해 하나 좋은 점은 미쳐 날뛰는 에너지 뱀파이어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거다. 뭐랄까 좀 덤덤해지고 무뎌져간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번 소스라치게 까무러치게 놀라나. 기 빨리게. 10대나 20대는 뭐 귀엽고 깜찍하기라도 하지.   

  

“중요한 것은 부당한 대접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를 견뎌냈느냐이다.” 사람인지라 부륵부륵 화가 치밀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세네카를 생각한다. 주변의 상황은 도통 어쩔 도리가 없다. 반면 상황에 맞서 어떻게 할지는 나에게 달렸다. 치솟는 분노에 맞서 내 영혼을 평온하게 지키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분노 대처법이 아니겠는가.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 책 속 저자에 동화되어 가끔 껄껄 웃는다. 으하하하하. 세상에 뭐 그리 심각하게 복잡하게 생각해봤자 어차피 너나 나나 다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니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무척이나 짧으니 웃고 넘어가야지 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비겁자고 싶진 않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이 말한 현실적 개혁주의자. 이유 없이 희망을 품지도, 이유 없이 걱정하지도 않는, 혹은 극단적 세계관에 부단히 저항하는 그렇게 나와 남의 경계선, 그리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다. 더불어 ‘the next’ 입이라도 떼기 전까지 기다릴  아는 끈기도 플러스


누구나 불평과 불만이나 비난은 할 수 있다. 늘 그랬듯 근데 그래서 ‘그 다음’이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하잔 이야기인가, 결론적으로 무대포 정신과 박력으로 무장한 에너지 뱀파이어들에겐 모순으로 점철된 현재만 있지, 박차고 나아갈 미래는 없다. 예를 들어 능력주의 타파를 위해 뭐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일단 현실에 대한 분노만 가득한 거다. 주변 이들의 혼과 기를 쏙 빼버리고 땡.


물론 이 문제의 풀이는 상당히 어렵다. 그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님도 머리 싸매고 찾은 해답이 바로 제비뽑기, 즉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명문대 입시를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비를 뽑아보자고 하셔서 약간 김도 새긴 했다만

  

어쨌거나 독서를 하고 난 후부터 내 판단과 평가를 근본으로 한 확신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어떠한 것에 있어 판단과 평가가 없는 응시가 먼저인 건 아마도 최고의 지성이 아닐까. 그러기 전에 인내를 가지고 에너지 뱀파이어들에 맞짱뜰 여유와 베짱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 우린 더 책에 흠뻑 빠져야 한다.         


(와인+책, 와맥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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