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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14. 2022

신기 따윈 접어두고

독서사색

참 보기 싫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누가 누구를 지적질하는 건지 다들 기억상실증에 걸렸는지 뉴스를 완전히 끊고 싶다. 정치는 인재를 얻는데 달려 있고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지 않았다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데,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는 그리도 쓸 만한 사람들이 없나. 아님 다들 꽁꽁 숨어있는 건가, 찾을 능력이 없는 건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거 아는가? 글쎄 황희는 좌의정으로 있으면서 사위 서달의 살인사건을 무마하고자 부정 청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세종이 대충 눈감아줬단다. 김준태의 <조선의 위기대응노트>에선 세종이 다 좋은데 인재를 쓸 때 필벌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신하의 잘못에 관대하다면 공직 기강은 결국 해이해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할 우려가 있다는 것. 세종 같은 군주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있겠지만 평범한 리더는 필패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좋은 게 느슨한 게 결코 나중에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


입사 후 3개월 지나 전 보스와 장시간 독대할 기회가 있었다. 조직경험이 별로 없는 그가 깜빡 놓친 거 같아 친절히 알려주기 위해 참으로 용기를 내어, 특정인에 대해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그 당시 14년 내 회사경력에서 듣도보도 못한 스타일의 인물이었기에 정보 공유 차원의 시도였다. 나의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그를 아시느냐. 확신하지 않으면 곁에 두지 마셔라. 멀리하기 어렵거든 적어도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는 파악해보셔라.’ 힘들게 꺼낸 내 이야기에 전 보스 왈 “저도 압니다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요.” 저 세상 텐션 전지적 관찰자 시점의 애매모호한 대답은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요‘ 는 이별의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라는 묘약을 상기시켜줄 때나 하는 말이지, 매일 매일 총성 없는 전쟁터인 회사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특히 피 튀기는 전쟁터를 진두지휘하는 리더의 입에서 나온다는 건 이유야 불문하고 무책임하고 부적절하다. 몇 년전부터 내가 계속 내 덩치에 맞는 돗자리를 사야 되는 거 아니냐고 자문자답하는 이유를 이제야 밝힌다. 내가 그 당시 요주의 인물이라고 지목한 그는 퇴사 후 전 보스를 포함해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거의 모든 사람들을 지금껏 혼란과 시련에 빠지게 했다. 몇몇은 직격타를 맞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독일속담에 젊은 사람들은 빠르게 걷지만 나이  사람은 지름길을 안다는 말이 있다. 이는 생물학적인 나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거다. 조직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한 사람은 상황을 파악하고 가름마   아는 내공이 있다. 자질구레한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보며 선택과 집중을   아는, 일과 관계 그리고 심리 정도는 충분히 들여다볼  안다. 무릇 리더라면 특정 분야의 특출한 능력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만약 안목이 탑재되지 않았다면, 자신보다  아는 사람을 등용해, 적극 활용하며  사람의 말에  기울여 들을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보스는 그걸 정확하게 실기했고,  실패는 나에겐 처절한 반면교사다.


이놈의 반면교사도 하루 이틀이지, 수시로 하면 참 지겹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나는 절대 아니라고 방심하거나 시건방떨어선 안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절대 잊지 않고 온 몸 구석구석에 새겨놔야 한다. 꿈틀거리는 산낙지 깨소금 팍팍 넣은 기름장에 찍어먹기보단 벌건 초고추장에 빠뜨려 몇 초 기절시킨 다음에 오독오독 긴 호흡을 가지고 씹어먹듯이 말이다. 거참 오늘과 같이 먹구름이 꾸물대는 날엔 그때 적중했던 신기 같은 게 스믈스물 올라오는 거 같다. 외계인 같은 소리는 넣어두고 예전에 봤던 김정현의 <팀장 리더십 수업>을 다시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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