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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15. 2022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독서사색

어제 오후 인터뷰를 하러 갔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건 아예 그 위기가 언론을 통해 일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거 아닌가라는 물음에 숨이 턱, 글쎄 매순간 예기치 않은 위기들을 그때 그때 대응하느라 정신없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건 위기마다 다르고, 작정하고 덤비는 이슈에는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그럴 때는 가짜뉴스 위주로 빨리 팩트체크를 해서 정확한 정보를 언론사에게 알리고, 반박이나 정정보도가 나가게끔 노력한다. 물론 수정을 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기고 등 다른 기회를 통해 만회할 수 밖에 없다‘ 는 어찌보면 구질한 부연설명을 생략하고 말았다.


위기를 맞닥들이기만 했지 총괄 경험이 없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말단사원일 때 대응에서부터 지금은 예측하고 매뉴얼을 만들며 리드를 하고 있다고 따박따박 대답을 했지만 영 개운하지가 않았다. 마치고 오는 길에 하고픈 걸 정리한 파일을 메일을 통해 줬다. 뭔가 잔여감정이 존재하는 건 아마도 대답만큼 실행으로 직접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에 더해, 더는 따따부따 논쟁하고 싶지 않은, 내키지 않은 마음이 혼합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선 논쟁 상대가 우리를 해코지할 수 있지만 항의하지 말아야 하며, 감정을 그 사람에게 드러내서는 안되고 단지 그를 지켜보라고 했다. 적으로 생각해서도 안 되며 의혹을 품고 바라보지도 말 것이며, 단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삶에 있어 모든 행동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어김없이 되뇌였다. 나는 배우고 있는 중이며, 이건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뜻밖의 공격을 받더라도 억울해하지 말고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자고. 그로 인해 성장하고 있다고  배우는 하루가 지났다. 그래서 공부의 본질은 인간 가치 회복인 거다. 물론 공부로 스펙 쌓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사실 기본이 아니다. 덩어리 크고 화려한 포장지일 .


공부하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고 뭔가 얻을 거라고 말하면 안된다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공부하는 순간, 공부와 공부 사이에 있다는 바로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고 이유여야 한다는 것, 매순간 공부는 내 가치의 내 존재의 되찾음 같은 것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최상의 공부 컨디션은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극을 받는 것이다. 2012년 중건설 통합T/F 때 기억이 또렷하다. 몇 주간 밤을 꼴딱 새면서 토론하고 보고서를 함께 쓰고 고치고 했던...중요한 건 불명료함과 생소함 속에서 이질적인 사람들이 단기간 내에 빠르게 합심해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 지금도 나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직간접적으로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메시지 하나. 방통대 3학년 2003년 편입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다만 재입학이 승인되었다네. 그래 공부로 돌아가 중장년 언니오빠들과 함께 배움으로 적시고 물들이자. 그럼으로써 내 가치를 스스로 회복해야 하거늘, 너가 아니라 나나 잘하세요.를 외쳐본다. 늘 같은 곳에 머물지 말 것이며, 오늘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듣고 행하는 것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며. 주말에는 스콧 갤러웨이의 <거대한 가속>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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