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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13. 2022

비는 내리고, 도는 닦고

독서사색

창 밖에 보행자가 한 명도 없다. 우산 써도 피하기 어려운 호우주의보다. 뚝뚝 유리창을 강하게 내리치는 비를 보니, 2018년 9월 퇴사날이 생각난다. 오후 5시 넘어서까지 인수인계 하느라 정신이 혼미했다. 후임부장님이 알아듣는지 마는지 던지고 가면서 “웬만하면 연락하지 마세요.” 씩 웃으며 짐 후다닥 싸고 걸어 나올 때 들었던 곡이 바로 폴 킴의 ‘비’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아무리 봐도 이만한 명언은 없다. 인재제일의 절도 중이 마다하면 떠나는  마찬가지. 중은 돌아설 각오와  타이밍만  따지면 되는 거지, 퇴사 이후 중의 부재에 따른 걱정 따윈  필요가 없다. 핵심은  어떤 조직도  없이도 잘만 굴러간다는 . 그래서 세상을 탓하고 걱정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는 말이 있나보다.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자는 현명하다.

남을 이기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이기기 위해선 도가 있어야 한다.

많은 물질을 가진 자는 부유하지만

자신이 충분히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도와 하나가 된 사람이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은 오래가고

죽어도 잊히지 않는 자가 오래 사는 것이다.


조던 비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나온 1984년 Lao-tse의 시다. 읽었을 적 하루에도 몇 번씩 고깃배 탄 듯 마음이 울렁이고 쿵쾅거렸던 때였던 거 같다. 널뛰는 마음도 어찌됐든 모든 원인은 내 자신에 있다고, 결국 나를 이기기 위해선 도 수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절이었다.


한명이라도 건건이 끝내 이겨먹으려 했던 어리석었던 나날들을 뒤로 하고,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를 퍼부었던 한심한 순간들을 잊으며 좀 더 내 자신을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굳은 다짐하면서, 아마도 40즈음이었다. 철없이 오만방자했던 2030때보단 현명하고 도를 아는 여유로운 40대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었지.


그나저나 사람이 마흔 이전에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헨리 포드가 했다는 거 아는가. 뭔지 모를 안도감과 위안을 주더라. 인생 전반기에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기 때문에 식견을 갖추고 단단하게 여물어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생에 방해하는 내적 저항감을 줄여가면서…


그렇담 그 다짐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기울여주고 있는가. 나보다 더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마음 한 켠을 내주고 있는가. 나보다 갈팡질팡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길을 알려주고 있는가.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우리는 어디쯤 와 있나. 가와기타 요시노리의 <마흔, 인간관계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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