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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21. 2022

멈추라 일렁이는 마음

독서사색

“동기부여란 말은 쓰레기예요.”


하이파이브의 중요성으로 잔뜩 범벅된 멜 로빈스의 <굿모닝 해빗>, 뭐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야? 갸우뚱 싶었는데 이 문장에서 눈길이 머물렀다. 언제부터인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정답이 됐으나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원래 인간은 두렵거나 어려운 일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뇌는 생명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아무래도 그런 것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그런데 사업을 하고 훌륭한 부모가 되고 훌륭한 배우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일들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결국 그게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니 동기부여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정말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잘 보라는 거다.


진실로 원한다면 사실 인위적인 동기부여 따윈 필요하지 않다. 저절로  마음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그러면 그에 따른 행동도 즉각적으로 나오는 거고, 뭔가를 미루고 있다면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진실로 원하거나 필요한  맞는지. 그러기 위해선 집중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집중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하루가 결코 의미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요즘 그러고 있는지  주소를 되짚어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널뛰기를 한다. 4년 가까이 몸담은 곳을 떠날 때가 되니 의기소침해졌다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다가도 화가 치밀었다가 그런 와중에 며칠 전 어느 경제지에 칼럼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열번째 직장’이란 단어에서 멈짓했다. 용기를 내어 적혀있는 이메일주소로 잘 봤다는 인사와 함께 내가 쓴 책을 사무실로 보내드렸다. 고맙게도 인생은 조금 돌아가도 괜찮은 거 같다는 생각이란 말씀을 주셨다. 그래 나는 지금 인생의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너의 마음 뿐이다.”


그래, 내가 맞닥뜨린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똑바로 응시하고 내게 달라붙은 모든 성급함과 초조함, 나약함 같은 먼지 따윈 떼어버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고 그 어떤 힘겨운 상황에도 매몰되지 않고 나를 정면으로 보고 원하는 걸 찾아내는 힘, 그게 결국 지친 나를 일으키는 것일 거다. 문득 빨대 하나 꽂고 고현항에 앉았던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렁이는 건 저기 저 바다가 아니라 내 마음이네. 


좀더 말랑한 나로 좀더 고정되지 않은 나로 좀더 머물러 있지 않은 나로 거침없이 융통무애, 통하여 막히지 않을지어라. 그나저나 이제 고현항엔 일렁이는 검푸른 바다는 이제 없고 아파트가 들어설 정도로 매립되었다는데, 내 마음 역시 흔들리지 말고 단단히 동여매고 정착해야지 뭐하고 있는가. 정신안정제, 어서 책을 펼치자. 주응식의 <나는 왜 불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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