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프로젝트가 아닌 비전을 보여야 하는 것이며, 프로젝트의 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는 눈이다. ”
유니타스브랜드의 <브랜딩 명언>에서 본 구절인데, 미국 프로젝트 매니저 자격증을 불굴의 의지로 힘겹게 따낸 나로서는 이 대목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겹눈, 어떤 일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건 안목이다. 안목이 있고 없고는 결국 본인의 브랜드와 같다. 이 브랜드는 자기다움이라는 브랜딩을 넘어 결국 고객이나 사람과 블랜딩된다. 즉 상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건 결국 고객, 사람이란 거다.
‘당신이 나를 꽃으로 불러줬을 때 비로소 나는 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춘수의 <꽃> 백날 나는 날세 나이어만 하네 외치면 뭐하나. 어디든 편히 쓸 수 있는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 휴먼브랜드든 상품이든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고객의 성향은 생각보다 냉소적이고 박식하며 충동적이고 까다롭다는 것. 가뜩이나 숨막히는 무더위로 짜증나 죽겠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까탈스러운 성향을 깡그리 무시한, 2022년 7월 말 폭염보다 더 지독한 빌런들 때문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내가 올라온다.
결국 문제는 내부에 있다. 기업의 경우 내부에서부터 썩어 그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면 아무리 제품개발이 잘 되어도 망할 수 밖에 없다. 내부를 잘 다독이고 명확히 디렉션을 하고 조직문화를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꽃피우는 게 필수다. 기업이나 시나 국가도 마찬가지. 내부직원의 마음부터 얻지 못하면 브랜딩이고 나발이고 끝
그래서 품어야 한다. 내 경우 날이면 날마다 터지면 베드뉴스에 식겁해 정신없이 위기관리 업무를 허덕허덕 처리하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봤을 때 여느 때와 같이 사무실은 웃음기로 가득한 걸 목격했을 때 등골이 오싹하고 허탈한 적이 제법 많았다. 허나 나도 관리자인지라 그것조차도 끌어안아야 했다. 왜냐하면 거기서 어쩌고 저쩌고 내부총질 했다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언로 자체가 막혀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잊지 않아야 했다. 나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더불어 사내에 위험신호를 알리려면 어찌됐든 냉혈한, 지극히 현실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을. 허나 그 중요성을 놓치는 사람들은 주로 귀를 닫고 눈을 가리며, 다른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입을 틀어 막아버린다.
박창선의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에서 브랜딩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만큼 그 과정에 반드시 성과가 따라야겠지만 그저 좋은 철학을 널리 퍼뜨리고 싶으면 정치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 참 지금 시츄에이션은 관용의 반대노선을 가는 거 봐선 정치도 뭣도 아닌데? 뭐 개똥철학도 이보단 나을 거다. 사람은 원본으로 태어나 복사본으로 죽는다는데, 나는 저런 높다란 분들의 복사본처럼 절대 살고 싶지 않다. 타인에게 겨눈 그 총구를 내게로 원위치, 아마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건 하나라도 읽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실천하고 발전하려는 일종의 생존을 위한 위기탈출 119급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덩치에 맞는 넓은 품으로, 호탕한 마음으로 다름을 품고 틀림을 고쳐가며 끌어안고 나아가기가 그리 어렵나. 닥치고 나부터 카톡에 뜬 나를 보고 죽었나 살았나 생사 확인차 연락한 친구들 후배들 흐릿한 얼굴들을 차분히 떠올려본다. 오겡끼데스까. 아임 스틸 오케이. 힘껏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뒷다리 걸거나 민폐는 끼치지 않도록 할게. 덩치값은 꼭 하고픈 어느 독서가의 고작 주먹밥과 삶은 계란 하나로 때운 점심시간은 이렇게 살며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