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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Jul 28. 2022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 주문을 외워봐

독서사색

숨이 턱턱 막힌다. 읽다가 이렇게 기 빨리는 건 간만이다. 전직장 동료 언니는 저자를 보고 내가 생각났다 해 정김경숙의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를 얼른 사봤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기골만 장대하지, 이 정도의 에너지와 파워를 가지지 않았다. 50세에 실리콘밸리행을 선택한 그녀의 결정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5곳의 대학원 공부 체력에, 하루 3만보 걸음에, 검도를 10년 넘게 해 4단의 출중한 실력을 소지하고 있으며, 물공포증을 이겨내려고 중년 느즈막히 수영을 배웠던 그 열정과 집념의 결정체가 바로 그녀를 이끈 것이다.

 

헤밍웨이와 하루키도 모두 운동광이라더라. 헤밍웨이는 매일 수영을 했으며, 하루키는 마라톤 마니아다. 그들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은 체력은 결국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엉덩이의 힘으로 글을 쓰고 일을 한다고도 했다. 맞다. 허리 곧추세우고 꼿꼿한 자세로 정신통일하고 의자와 한 몸이 되는 그 체력이 받쳐줘야 글도 쓰고 일도 하는 것이다.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하며,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된다는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특히 40대로 접어들면서 정신력만으로는 온전히 버티기 힘들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한 가지 일을 잘하는 것도 여러 일을 병행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

 

그거 아는가. 일본은 이미 2017년 11월 일하는 방식 개혁을 내세우며 2018년 1월부터 부업, 겸업의 촉진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2020년부터는 예를 들어 도쿄의 직장인이 지방의 기업과 겸업 계약을 맺으면 이를 연결해준 인력 소개 업체에 건당 100만엔을 주고 겸업 허용에 적극적인 기업은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다. 겸업과 부업을 장려하고 있는, 강력한 체력을 강권하는 일본에 비해서 소극적이지만 미국도 가능은 하다. 구글, 페이스북도 직원의 부업을 조건부로 허용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아직 아니다. 갑자기 떠오르는 선배가 있는데, 노바다야끼 부업을 하다 걸려 나갔다. 젓가락 주문을 회사 전화로 한 모양이었다. 듣다 참다 못해 동료가 감사에 찔렀다고 하는데, 이건 약과다. 사무실에 코인 채굴기를 설치하는 막가파도 있던데?


걱정마시라. 참고로 내 경우 작년 책 출간을 하면서 올해 11월까지 겸업을 허락받았다. 이젠 그렇다면 정말 체력, 실력말고는 볼 게 없는 벌거벗겨진 찐 세상이 내 앞에 펼쳐진 거다. 나를 끌어줄 확실한 동아줄은 학벌이고 지연이고 연줄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체력. A부터 Z까지 중 몇 개는 똑부러지게 잘할 줄 아는 믿음직스러움과 체력적 굳건함, 정열 그게 뒷받침되어야 무라도 자를 칼 한 번이라도 휘둘러보지 않겠는가.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라는 하루키 선생님, 복싱게임으로 체력 관리하고 측정 나이는 29세를

자랑하는 김영하 작가님, 그리고 넘사벽 저자까지도  필요도 없고, 겸업이든 뭐든 온전한 정신으로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는  같은 중년 이상의 분들은 건강과 그에 따른 맑은 정신, 특히 노화를 대하는 여유로운 태도가 필수다. 햇볕에 눈뜨기가 버거울지라도 마스크에 숨이 턱턱 막힐지라도 퇴근  1만보는  걷자. 제발.   나게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 주문도  외우고. 이참에 하정우의 <걷는 사람> 다시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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