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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ug 16. 2022

명분 염치 있기 없기

독서사색

각각의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를 명분이라 한다. 흔히 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책임은 문제 회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로서 져야 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한다. 비단 정치 뿐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만한 명분에 맞게 행위하는 게 중요하다. 그 명분이란 건 염치가 있어야 파악이 더 쉽겠다. 이주연의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를 보면 염치는 자신의 지위 또는 사회적 역할과 개인적인 흠결, 그 사이를 잘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염치, 그 사회적 수준에 그 깜냥에 맞게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후천적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다름과 모자름까지 커다랗게 품어주는 공존은 참 어렵다. 염치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공감하고 많이 들어야 한다. 귀가 말랑말랑해진다는 신비한 이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입은 다물고 귀는 열며 간접경험으로는 책 만한 게 없으니 반짝이는 눈만 있으면 된다. 오늘 아침에 읽은 최종엽의 <오십에 읽는 논어>에서 옛사람들의 삶의 기준 지자요수 인자요산을 직장인에 빗대어 이야기하는데 무릎을 쳤다.


30년 직장생활을 한다 했을 때 전반기 15년은 지자요수의 기준을 삼아 시대의 지식과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후반기 15년은 인자요산으로 지식보단 사람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일은 사람이 하니 사람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없다고.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소송을 하는데 변호사에게 큰 도움을 받는 지인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변호사는 본인같은 억울하고 기가 막힌 사람을 살릴 수 있단 경험적 사고에 의해 사춘기 딸도 그렇게 됐음 좋겠다는 강한 욕구의 발현으로 딸과 진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극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인에게


“언니 내가 그렇게 바라고 원하던 로스쿨 1기 시험 떨어졌잖아. 나도 엄청 노력을 했단 말야. 근데 로스쿨 뿐만 아니라 나도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고 잦은 실패들을 겪어보니까 함부로 뭘 권하지 못하겠더라고. 변호사가 좋은 직업이라고 판단한 경험은 언니 것이지만 그걸 하기 위한 앞으로의 선택은 언니 딸 몫이니 그냥 아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고 선택할 수 있게 일단 지켜보는 게 어떨까.”


공자는 마흔에 지자가 되었고, 오십에 인자가 되었다고 한다.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 내가 했던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나 지혜를 알려주는 것보단  사람 자체를 인정하고, 알아가는게 진정한 오십대의 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내가 알려주는  행위 자체가 좋은 취지나 명분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강요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다른 문제고  의도나 목적과는  일치되라는 법이 없으니까. 그래서  염치를 알고,  행위와 언어의 명분을 찾는  또한 앞으로 닥칠 오십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아니 아직 마흔 중반이면서 벌써  걱정이냐고? 지금도  명분이  염치가  나이에 맞게 가고 있는지 여지하,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 그냥 책이나 읽자 다짐하는 연휴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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