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드디어 사회복지사 직접 실습 80시간이 모두 끝났다. 아이들과 같이 활동하고 보살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가장 곤욕스러운 건 실습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자 하는 열의가 너무나도 강한 다말증이 의심되는 분들의 무차별 살포인 것. 그래 졌다! 시베리아에서도 에어컨 팔 수 있다 자부하는 나는 유독 이들에게 약하다. 백신이고 뭐고 효과가 없다.
하루 종일 사람만 보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심리는 도대체 뭘까. 왜 이렇게 본인의 그 아깝고 고귀한 에너지를 허무하게 소비하려 들까. 타인이 물어보지도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 정보들을 끝없이 말을 쏟아내던 투머치 토커들로 인해 어질어질에 더해 하마터면 귀가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게 오래
특히 지난 주말은 그 수위가 더했다.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워 그 뙤약볕을 온몸으로 맡으며, 1만보 넘게 걸었다. 정말이지 혼자만의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정투쟁, 아무리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고 증명하는 것을 좋아한다지만,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도 보탤 수 있겠다. 외롭거나, 공허하거나, 불안하거나
그렇다더라도 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까? 어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설명할 때 자극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더라. 다말증으로 의심되는 어느 분 왈, 냉대와 무관심에 어디에도 본인의 도파민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었다는 말에
“저는 사람에게 크게 기대가 없어요. ”
“ 뭐 상처를 받는 일이 많으셨나봐요.”
“ 아뇨, 제 기대만큼 저도 실제 부응하지 못하는데, 남들이라도 별 게 있겠어요? 그러니 일찌감치 기대를 말죠.”
물론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자신이 인정하는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데 있다. 우리는 세상이 타인이 자신의 도파민 뿜뿜을 위해 노력해주지 않는다고 이기적인 마음에 더해 잔뜩 열을 내며 한탄하고 원망 가득하면 되겠는가.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온전히 혼자가 되는 기쁨을 선물한다는데 있다. 이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며 내 몫이다. 남의 호응을 기대할 필요도 없다.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뤄진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를 디지털 텍스트를 깨어있는 내내 읽어야 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일종의 책 처방전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특히 다말증이 의심되는 분들을 아주 가까이에 둔 몹시 괴로운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말 융단폭격으로 인해 사실상 더 이상의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는 강력한 의심이 들기 시작할 때, 욱하고 소리지르기 전에 그들에게 이 책을 슬쩍 건네보자고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