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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ug 24. 2022

퇴적이 아닌 축적으로

독서사색

스타트업 홍보 대행사 대표가 쓴 <홍보의 마법 스타트업 전쟁에서 살아남기>를 흥미롭게 봐서 그녀가 2007년에 쓴 <미디어 트레이닝>을 중고 서점에서 사서 하루 만에 읽었다. 그 당시 386세대 정치인들의 메시지에 대해 평하는데, 그 예지력에 놀랄 ‘노’자다.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내놓은 메시지나 공약 등이 자신의 삶에 이익과 편리가 되는지부터 따져본단다. 그들에게 거대담론이나 이념은 그 유효성을 다했고 지난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동력이었던 40대 역시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에 대해서 오히려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따라서 정치인들도 대중의 관심사에 더 들여다보고 예를 들어 클린턴처럼 어린이 비만이나 에이즈 토치 같은 구체적이고 친근한 주제로 다가서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이래서 제대로 오래묵은 것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는 건가 싶다. 2022년 늦은 봄 몇몇의 운동권 세대 정치인들이 은퇴하며 본인들은 이 시대가 원하는 생활 정치에 맞지 않아 그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지 못해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했다. 글쎄 그녀가 지적했던 게 딱 적중했고 15년이나 여태껏 쇄신하지 못한 자들은 지금에서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중이다.


바야흐로 축적의 시대다. 이정동의 <축적의 시간>에서도 언급했듯이 고수를 키우지 않는 대부분의 조직환경에서는 단지 나이가 많고 근무연차가 높고 그 분야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우받고자 하는 문화가 생긴다. 그렇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연차가 올라가면 축적이 아니라 쌓이고 썩게 된다. 고인물 썩는 그 고약한 악취 풀풀에 도저히 젊은 고수들이 발을 붙일 수 없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뜻이다.

 

예전 직장에서 2500명 설계인의 수장이셨던 나의 상사는 비전공자이고 기술 문외한인 나를 기술기획에 등용했다. 그 분 덕택에 엑스포 전시, 해외 신제품 런칭쇼,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까지 도맡게 되었다. 동향보고서 작성에 기술교육시스템 구축도 하고, 그때 나를 문송이라고 일찌감치 배척했다면, 시베리아에서도 에어콘 팔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근자감을 차치하고라도 이단아들의 도전과 응전의 기회는 영영 없었을 거다. 문송인 내 후배가 승진도 일찍하고 지역전문가로 해외도 나가고 지금껏 붙어있는 거 보면 내 축적이 퇴적은 아니었던 거다.

 

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에선 지나간 5년이 별 볼일 없었다면 앞으로 5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했다.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발전을 기대하는 건 도둑놈. 흘러온 과거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자 기록이지만 오래된 경력만을 내세우며 늘 똑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구태의연한 20, 30년짜리 경력 따윈 더 이상 자랑거리도, 언급할 조차도 없다. 문제는 관점과 그에 따른실행

 

마케팅도 장사도 홍보도 다 관점과 그에 따른 실행이 문제. 내가 왕년에 뭐해서 이걸 하는데 어쩌고 저쩌고. 왕년과 지금의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건 하류의 주절거림일 뿐이다. 그래서 진짜로 보여주면 된다. 나의 경력이 나의 축적이 나의 분투가 악취나는 고인 물이 아니라는 걸, 응전과 도전의 몸부림이었고 다양성의 한 주축이었다는 걸


“나는 책 한 권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앙드레지드의 말에 힘입어 보다 새로운 축적의 시간을 위해 그저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당진의 ‘오래된 책방’ 주인도 함께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을 골라잡은 수요일 저녁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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