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향년 90세 일기로 영원히 잠들었다. 일본항공을 거의 파산에서 건져올린 그는 일본에서 존경받는 3대 기업인으로 손꼽힌다. 고작 3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70대 중반에 8개월 만에 24조원의 빚을 갚아버린 경영의 신 그도 최근 10년 동안 교세라 적자로 인해 요즘 트렌드에 맞는 경영으로 변모했어야 한다는 거센 지적을 받기도 했다.
모 정당 97그룹, 물론 전 대통령 후보에 압도적으로 밀렸지만 20%를 넘는 득표율을 계속 유지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어찌됐든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도전들이 모여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쌓는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자연히 정치 혁신과 세대교체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큰 무리도 아닐 것이다.
1988년부터 35년간 <전국노래자랑>을 맡았던, 향년 95세 나이로 얼마 전에 타계한 국민MC 송해 선생님, 그가 ‘일요일의 남자'로 <전국노래자랑>이란 걸출한 프로그램의 상징성을 지켜온 터라 후임이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팔방미인 개그우먼 김신영이 선정되었단다. 공진단을 주문해놨고 몸이 부서져라 인생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보니, 감히 예상하건데 송해 선생님을 더는 생각나지 않게 할 것 같다.
뭐든 대체불가한 절대적인 건 없다.
파울로 코엘료의 <내가 빛나는 순간>에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면 오래된 시대는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했다.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돌이켜보면 그동안 대체 불가라고 생각했던 일이나 사람이 없어도 잘 살아남았다고. 관행이란 참으로 별 게 아니다고 했다. 나부터 돌아보면 나 말고 할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아니면 안됐던 시절들이 참 많았다. 밑도 끝도 없는 쩔은 오만과 자아도취, 마냥 창피하고 낯부끄럽다. 이 구절을 맞닥뜨리니 정신이 번쩍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언급한 `망해가는 기업이 거치는 5단계'를 보면 성공에 도취해 자만에 빠지는 1단계, 자아도취 상태에서 제대로 된 원칙없이 사업을 불려가는 2단계, 눈앞에 닥친 위험과 위기를 모른 척하고 입바른 소리들을 배척하는 3단계, 위기 탈출 묘책을 찾지 못해 헤매는 4단계, 구조조정부터 해고, 합병까지 와르르 몰락하는 5단계를 기업이 망하는 필수 경로라고 하더라.
가장 무서운 적은 나를 모르는 나 아닐까. 어떤 이들은 조직을 망치게 하는 건 내 주위의 간신배들이라고 하는데 그걸 가르지 못하고 팔랑거리는 내 먼 눈과 가벼운 귀를 탓해야지 뭘 탓하겠는가. 정지우의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선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택하라면 친절함을 택하고, 올바름이라는 폭력 아래 무수한 타자들이 굴복해왔으니 상대에게 자신을 내어주자 한다. 그렇다. 본인의 주제 파악만 제대로 된다면 적시에 낄낄빠빠의 내어줌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짐 콜린스의 망해가는 기업이 거치는 1단계까지도 가지 않고 위기 신호가 오기 전에 충분히 감지하고 멈출 수 있다.
대체불가한 절대적인 건 없다. 세상에. 그 어떤 거든. 그렇게 우린 수많은 대체불가들을 갈아치우며 변화하고 적응해온거다. 이것 하나만 머리 속에 집어넣고 좀더 말랑한 수요일 저녁, 책상 옆을 보니 요아힘 바우어의 <공감하는 유전자>가 있네? 책을 펼치기 전에 끄덕끄덕 고갯짓 연습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