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엊그제 아는 기자님 왈, 니네 ***가 그동안 니네 부서 오고 싶어했는데, 너 때문에 계속 까였다 하대?
아니 뭥미? 이게 무슨 개뼈다귀같은 소리, 내가 인사권자도 아니고 인사권자를 탓해야지 그리고 이 시끄럽고 일 역대급 핵폭탄 떨어져 장렬히 전사하는 양반들 투성이인데 여길 진짜 오려고 했어? 희한하다.
퇴사를 앞둔 마당에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짚고 넘어가는 게 맞을 거 같아 메일을 간단히 드렸다. ‘인사는 인사권자가 하는 거고 오해 마셔라. 나는 인사권자 너머의 역량이 전혀 안된다. 만약 그랬다면 나와 같이 개고생했던 사람들 이미 조기 승진 되고도 남았다.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물어보지도 않고 지레 짐작하고 자체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을 한 두 해 겪어본 건 아니지만,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건 그들 또한 남탓을 지레짐작하기 전에 본인 평판 관리부터 챙겨봐야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문성후의 <부를 부르는 평판>에서 저자가 개발한 일명 피스타치오(personality, issue, stakeholder, communication, hypertext, Implementation, optimization) 평판 프로세스를 따져보면,
어떤 인격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둘러싼 쟁점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를 파악하고 평판을 소통해야 하는데, 기업들에게는 온라인 소통(Hypertext), 평판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가 특히 중요하단다. 단순히 이미지나 광고로 평판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CSR(사회공헌)로 어떻게 실행했는지 확인하고, 평판 점검과 관리 실행을 늘 최종적으로 최적화해야 한다. 이걸 기업이 아니라 사람에게 적용해도 같다.
즉 이직이나 전보 등을 고려해서 본인의 평판에 대체 어떠한 노력을 했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일하고 싶어하는지, 그 직장에 그 부서에 어떤 기여를 했으며, 그걸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왔는지 봐야 할 것이다. 6단계만 거치면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도 있지 않는가. 괴팍하고 동떨어진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어쨌거나 노력해야지 별 도리가 없다.
물론 그런 시도도 구질하게 느껴진다면 산 속에나 들어가야지.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서 영 벗어날 수 없으니 죽을 때까지 부를 부르든 말든 평판은 풀어야 하는 숙제라 그 무게를 온 몸으로 느끼던 때, 정여울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에서 이 구절을 봤다. ‘타인의 평판은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비하면 그저 나약한 폭군에 지나지 않고,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람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다. ‘
이 책을 1845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 족적을 따라 쓰셨기에 아귀다툼 엉망진창 현실세계와는 상당한 괴리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이 푹 놓이는 건 아마도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또 내려놓고 보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는지.
독서를 통해 오롯이 내 중심을 잡아간다면 우리 귀에 들려오는 평가가 잔인한 멜로디든, 달콤한 캔디든 뭐든 그러라 그래. (양희은 선생님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