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한다 Apr 21. 2022

천 권이면 알려나, 진짜?

독서사색

"엄마, 죽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

    

얼마 전 아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놀란 가슴 부여잡고 왜 그런 물음을 하게 되었는지 의아함에 물었더니 그냥 궁금하단다. 그래서 “그 질문을 하고 싶었던 너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봐.“ 라고 했다.       


그건 사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기억나지 않았다. 눈 딱 감아버리고 접시물에 콕 박고 싶었던 절망스러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흐려진 지 오래다. 내 마음 내 감정 내 느낌에 대해 절실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나보다.     


“‘나를 아는 것’ ‘ 나와 마주하기’ 이게 바로 궁극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조건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와 일치하는 책을 만나면 된다. 운이 좋으면 한 권만에 만날 수 있다. 운이 없으면 1000권을 읽어야 겨우 만날 수 있다.“     


낮에는 양계장 김씨로 밤에는 글을 쓰는 김우태의 <소소하게, 독서중독>에서 나온 문구다. 좌우명 ’책력갱생‘의 저자는 한 권이든 천 권이든 책에서 끝끝내 자아를 발견해보라고 한다. 근데 뚫어져라 보기만 하면 되겠는가. 전제가 필요하다. 다름 아닌 ’감수성‘     


사전적 의미로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즉 내가 사실이라 믿는 것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결코 간단하지 않는 숙제인 것.  

   

사람들은 감수성을 풍부한 감성에서 비롯된 거라고 하는데, 뇌과학자 정재승은 역지사지의 사고를 경유해 공감에 도달하기 것이기에 이성의 영역이라고까지 했다. 어쨌거나 감수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녹록치 않는 훈련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종의 좌표 찾기 같다. 책 읽는 동안만이라도 멈춤의 여유를 통해 나와 사람들 생각의 방향을 가늠하고 위치를 찾아볼 수 있는...애석하게도 절실히 구하고 탐하는 시간이 나에겐 더 필요한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45 가까이 삶이   순간이라도 쉬운 적이 있었던가. 휘청이는  자신을,  질퍽이는  주변을, 온전히 두 다리를 땅에 디디려면 중요한  공부. 감수성도 용기도 통찰력도 이를 통해 생기는 , 독서해야겠다. 나에 대해 너에 대해 세상에 대해서


  

우린


나라는 바다와

너라는 하늘과

나라는 대지와

너라는 우주를  

좀 더 알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고전 읽기 실패자의 퇴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