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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Oct 17. 2022

Reader로서의 소명 다하기

독서사색

사무실에 책에 파묻혀 있는 내게 매번 묻는 말들,


문: 뭐 전시용이에요?

답: 아뇨. 읽어요. 호기심으로 재미로 그리고 위로받으려고


궁금한 게 늘 많은 내게 가성비, 가심비 대비 이만한 간접경험은 없다고 자부한지 오래, 언제부터 책을 읽기를 좋아했냐고 물으신다면, 아마도 지방근무를 시작했던 2005년이 아닐까 싶다. 매주 서울에서 거제까지 왕복 10시간, 자그마치 10년,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지루함과 내내 싸워야했던 내게 책은 각별한 우정을 나눈 친구였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멘토였다.


앞서 말했듯 성질 급한 내겐 요 ‘경험’이라는 녀석이 정말 중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보다 의욕이 과다하다고 다 찔러볼 수는 없고, 그리고 모든 걸 어떻게 일일이 경험하나. 실리콘밸리의 조직문화가 궁금하다면 직접 몸소 이직해도 좋지만,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을 읽으면서 까칠한 인재마저 사로잡은 그들의 지독한 솔직함을 알게 되는 것. 그래서 나에게 책은 내 지적 욕구를 채워줄 일종의 발빠른 도구다.


근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윤성근의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을 읽어보니 책방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겐 그 이상의 의미인 것 같다. 작은 책방을 결코 우습게 보지 말란다. 내가 자주 듣는 ‘어우 책방이나 하세요.’ 란 말은 나에게 정말 과분하고 벅차다. 그 정도로 주인장들은 소명의식이 있다. 그런 파이팅까진 아직 없는 나같은 피라미는 독자로서 책방을 열렬하게 사랑하면 되는 거고


요즘 책방은 단순히 책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을 만나는 최일선에서 공동체에서 문화를 만드는 창작자의 일원으로서 때론 쫀쫀하고 때론 한없이 느슨한 연대까지 일당백을 톡톡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난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지민의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을 보면 뉴욕 브루클린 책방도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었다. 결국 책방주인분들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reading을, 그리고 culture를 leading 하는 leader가 아닐까 이게 세계적인 트렌드는 아닐지 생각을 해봤다.


리더십에 관련된 뜨끈한 책들을 요즘 손에 집히는대로 읽고 있다. 읽으며 생각하고 주절주절 앞으로 내 생각도 덧붙이면서 reader를 넘어 leader로서 관심이 더욱 생겼다. 갑자기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본 내용이 스친다. 이 책 1쇄가 2001년 1월에 나왔으니 21년 전의 까마득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미국의 지식근로자 이동성까지 예견했으니 확실히 난 사람이다.


제5부 자기 실현을 위한 도전 말미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에서 더 이상 읽기를 멈췄던 게 기억났다. 이건 리더십의 3가지 조건으로 든 일, 책임, 신뢰와도 같았는데, 일은 프로답게 실행, 모든 것은 책임을 지고, 마지막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스스로 거듭나는, 책방지기의 소명의식과 비교해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로, 지난한 읽기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커리어 인생 후반을 당당히 시작하고 싶다.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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