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 00 식당 가봤니? 돼지갈비 괜찮더라. 입에 녹더라. “
임원 승진되었다며 호기롭게 카드를 선사한 지인 따님 덕택에 부드러운 갈비 드신 우리 엄마의 멘션에 화답, “아이고 나 대신 맛있는 거 사주셔서 참 고맙다. 더 잘되셔서 승승장구하고 위상을 드높여줬음 좋겠다. “
정말이지 진심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 친구 딸내미, 아들내미 왕성하고 공사다망한 활약상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된다. 예전엔 나 같은 개성만점 캐릭터와 어딜 비교하고 그런가. 뾰루퉁에 존심에 스크래치 마구 입었지만 이젠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나니까, 나는 변한다니까, 갈 길이 다르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두 번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르상티망에 대해 읽는 내내 아하! 했다. 르상티망이라는 건 약한 입장에 있는 자가 강자에게 품는 질투, 열등감 등의 감정을 말한다. 책에도 나와 있는데, 예를 들어 뭔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너무 믿을 필요는 없다는 거다. 왜냐하면 그 뭔가를 얻거나 가질 가망이 전혀 없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런 자들이 그 뭔가를 결국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없을 거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잘 들여다 봐야 한다. 단순히 시기심에서 비롯된 건지 더 숭고한 문제의식에 뿌리를 둔 것인지 왜냐 사람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시기, 질투심이 없는 나는 타인의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겠다. 더불어 포기가 굉장히 빠르다. 고로 비교지옥 근처에 데려다놔도 알아서 추스리고 잘 기어나오는데 문제는 내 곁의 타인들이다. 나 때문에 그동안 지질히도 고생한 우리 어머니는 정말 괜찮을까 등등
장옌의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를 보면 책을 인생에 비유한다. 왜 책이냐면 대부분 책은 앞의 몇 부분만 조금 읽어봐도 뒤의 내용까지 유추해 짐작가능한데 어떤 책들은 결말을 알 수 없단 거다. 그런 의미에서 무릇 인생이란 인내로 읽어 내려가는 책이라는 점이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단 두 세 마디로 규정하고 단정을 지을 수 있겠는가.
내가 무속인도 아니고, 결국 그 부드러운 돼지갈비가 우리 엄마 입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 언니의 피땀눈물, 그녀가 그동안 뚫고 지나왔던 허리케인급 태풍들을 어이 알고 하찮은 비교나 단정 따위를 하겠냐고 잘 모르면서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닥치고 조용하자는 거지. 우리의 비교 속에는 결과만 있지 그 과정은 없다. 솔직히 말하면 프로세스 따윈 전혀 관심이 없는 거다. 눈에 투명하게 보이는 결과만 열매만 따먹고 싶고, 논하고 싶은 거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그래서 감히 쉽게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내가 해왔던 홍보나 마케팅은 그것에 초집중해야 하지만, 우리네 삶은 알알이 다 보여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은 유효하다. 그래서 적어도 비교보다 존중을, 르상티망보단 그동안 들어갔던 엄청난 노력과 투쟁, 혁혁한 과정들부터 묵묵히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