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당 당길 때마다 유독 생각났던 가나초코우유, 달콤하고도 짙은 이 녀석만 있으면 세상 부러운 게 없었는데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슬픈 소식에 더해 노조와 협상하던 중에 희망퇴직 공문 날려버리는 뒷통수까지, 알고 보니 우유만 맛있지 참 실망스러운 회사였더라. 문제는 ‘무능’이다. 이 회사는 몇 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흑자를 유지했지만, 2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쇠락하고 말았다.
참 희한하지? 2세 경영, 3세 경영이란 단어 자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건, 내 것을 아무리 유능해도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불신과 아마도 혈연관계를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창출이기에 딸린 임직원들과 그들의 식구까지, 상장을 했다면 주주를 생각해서라도 다 같이 승리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한 대비를 했어야 했다.
라종일 외의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을 보면 리더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해결할 문제와 관리할 문제 구분 이걸 통틀어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리더란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만 해당하진 않을 것이다. 회사 경영인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조직을 관할하는 관리자, 심지어 가장 등 다 포함된다. 결국 우린 할 수 있는 일, 없는 일을 구별하려면 그럴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본인이 그 깜냥이 아니라면 남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주고 넘기면 된다.
<팀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의 저자 김경준은 사회생활에서 내공은 바로 인과관계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라 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흔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란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통찰력 즉 작금에 처한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갖춰야 하고,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쉽게 쉽게 임원, 상사가 된 사람들을 운도 더럽게 좋은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곤 했다. 근데 이거 아는가. 아무리 운칠기삼이라도 운을 그 기운을 다하고 밑천을 드러낼 데드라인이라는 건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더군다나 문제는 피해가 본인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이 더 비극인 셈이지. 가슴 아프게도 가나초코우유 회사의 직원들은 순식간에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결국 무능은 악으로 인도한 것이다.
문득 생각나는, 세계적으로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최근 어깨가 많이 무거워진 모 회장님, 10년도 전에 그를 전 직장에서 본 적이 있었다. 나의 책 <낀세대 생존법>공동저자 서서히 작가가 그에게 건네준 하얀색 면장갑보다 유난히 환했던 눈꽃같은 피부를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자고로 리더는 ‘결핍’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에게 부족한 건 멜라닌 색소 정도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도
이 분 또한 얼마나 어깨가 천근만근일까. 답은 하나다. 믿음과 애정을 주는 회사를 경영하려면 부와 함께 덕을 같이 나눌 그럴 만한 능력을 만천하에 당당하게 보여주면 된다. ‘인간세계에서 자기 실력에 기초를 두지 않는 권세나 명성만큼 못 믿을 것도 없다.’ 란 이 기막힌 이야기를 한 고대 로마시대의 역사가 타키투스 듣도 보도 못한 이 양반에 감탄을 금치 못한 한 주가 이렇게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