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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빛

조용히 보내주기

by 봉수니

버려진 헌 물건을 볼 때면,

나는 그 물건이 처음 누군가의 손에서 포장지를 벗고 세상에 나왔던 찬란한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반짝이던 눈빛,

조심스럽게 손에 쥐던 설렘.

한때는 누구의 자랑이었고, 중심이었고,

사랑받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겠지.

한때는 빛났고, 아름다웠고,

누군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그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없다 해도,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사하려 한다.

스쳐갔지만

내 가슴에 장면처럼 남은 그 시간들을.

이제는 조용히 보내주려 한다.

고이, 흘러간 세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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