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다 비슷하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유난을 떨어?"
사람들은 흔히 그렇게 말했다.
그 말들이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더 깊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다 비슷하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외로웠을까.
마치
"네가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 건 유별난 거야."
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은 텅 비어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속으로는 계속 물었다. "왜 나만 이렇게 부서진 걸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나는 스스로를 더 작게, 더 조용히 움츠러들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혼자였는지.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내게 조용히 말했다.
"사람의 인생은 등산과 비슷해. 꼭 달릴 필요는 없어. 걸어가다가 힘들면 나무 아래 잠시 앉아 쉬어도 돼. 천천히 걷더라도, 결국 정상에 도착할 수 있어."
그 말은 처음으로 진짜 위로처럼 느껴졌다.
나는 항상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해."
그 조급함이 나를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깨달았다.
나무 아래에 걸터앉아 쉬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잠시 숨을 고르는 건 패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나는 느린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어깨를 짓누르던 무언가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내보이는 건 어려웠다.
내 약점이 드러나면,
누군가 그것을 이용해 나를 더 아프게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벽을 쌓았다.
"이 벽이 나를 지켜줄 거야."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 벽은 나를 보호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더 외롭고 고립되게 만들었다.
어느 날,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괜찮아? 너 좀 힘들어 보이는데."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고작
"응, 괜찮아."
라는 말로 넘겼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내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정말 괜찮았던 걸까?"
"왜 나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했을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
동시에 그들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 모순이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나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 자신이 가장 먼저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나를 외면하면,
아무도 나를 대신 사랑해주지 않을 테니까.
불안과 걱정은
내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는 것.
그리고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걸음이 느려도,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것이다.
이 글은
여전히 불안과 싸우고 있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
혹시 지금 멈춰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와 함께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