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곁을 내주다
사람은 주변에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을 때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 나는 곁을 내주는 이들을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라 정의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내게 소중한 존재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니까.
20대를 돌아보면 친구가 삶의 우선순위였다.
힘들거나 슬플 때면 언제든 당연하다는 듯 한달음에 달려와 주던 그들. 하지만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의 고개에 서고 보니, 이제는 내 걱정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감사하다.
"소주 한잔할래?", "무슨 일 있어?"
이제 우리는 이 말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는 나이가 되었다.
물론 예전처럼 쉽게 얼굴을 보진 못한다.
각자 지켜내야 할 삶의 무게가 있고, 소중한 것들이 생겼으니까. 나 또한 그러하니까.
겨우 닿은 연락 끝에 그들은 미안해할 일이 아닌데도 "못 가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럴 때면 나는 오히려, 연락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걱정을 그들에게 떠넘긴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군가에게 빚지는 게 싫어지는 나이.
나는 황급히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이기적인 마음과 이성적인 머리 사이에서 '괜한 연락이었나' 하는 정답 없는 고민을 삼킨다.
그렇게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또 한 주가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문득 통화 목록과 카카오톡 대화창을 올려다보다 깨달았다. 연락했던 그 모든 이들이 이미 내게 충분한 곁을 내어주고 있었다는 것을.
무심코 지나쳤던 "밥은 먹었냐"는 톡, "쉬는 날은 언제냐" 묻던 전화 한 통.
지나고 보니 나는 혼자서 이겨낸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의 방식대로 내 마음을 한 번씩 들여다봐 주고 있었다.
나는 이 작은 핸드폰 화면 속에서 사랑을 보았다. 투박한 걱정 속에 담긴 사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