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4 : 선

by 조각사


만나고 나면 마음에 티끌 하나 남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왠지 모를 불편함이 앙금처럼 남는 관계도 있다.

이는 단순히 친하고 안 친하고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친밀함은 종종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놓이곤 했다.

나는 그 불편함을 '친하니까'라는 이유로 웃어넘기곤 했다.

하지만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착각하며 조금씩 더 강하게 선을 넘어온다.

뒤늦게 무너진 선을 다시 세우려 하면, 나는 어느새 '오늘따라 유난히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사실 그 선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친밀함을 핑계로 그 선을 방치한 건 결국 내가 만든 모순이자 불건전한 관계였다.

차라리 친할수록 솔직하게 불편함을 말했다면 우리 관계는 더 건강하게 지켜지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제때 선을 긋지 못해 만들어진 이 결과는, 결국 나의 망설임이 빚어낸 몫이다. 예전에는 참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지만, 무너진 선은 결코 무뎌지지 않은 채 나를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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