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사이에

작은 자유

by Rumex

새벽이면 나는 모두가 잠들 때를 기다린다.

가족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세상이 고요해질 즈음, 내 심장은 오히려 요동친다.


들키면 어떡하지? 그런 긴장감에 심장이 두근두근 속삭인다. 하지만 곧 문밖이 조용해지고 그에 맞춰 내 심장도 차분히 사그라든다.

이때다.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긴다.

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현관문 앞에 도착한다.

문고리를 천천히 돌린다. 소리가 날까 봐 숨을 죽인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내 두꺼운 몸을 얇디얇은 문틈에 욱여넣는다. 나는 새벽의 틈을 통과해 세상 밖으로 빠져나온다. 오늘도 해냈다. 그 작고 비밀스러운 탈출이 성공한 순간, 신이 난 발걸음은 내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새벽, 모두가 잠든 사이


틱톡티딕톡

발걸음을 조용히 옮긴다


아무도 모르게

살금살금


문을 열고 나서면

비 올 것 같은

흙냄새가 나를 감싼다


신이 나

발걸음을 재촉하면

나를 위한 세상이 다가온다


달을 따라가 보자

가다 보면

길이 있겠지


나를 향한 빛을 따라가자


그곳엔,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