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조용한 나무의 색처럼
나는 노란색보다는 핑크색을 좋아했다.
어렸을 적, 신발 두 켤레 중 먼저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을 골랐다.
그런데 옆을 보니, 언니가 신은 노란색 샌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결국 나는 떼를 써서 핑크색을 노란색으로 바꿨고,
그 뒤로 내가 좋아하는 색은 ‘연한 노란색’이 되었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제일 좋아하는 색이 뭐야?"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핑크’도, ‘노랑’도, 더는 내 마음을 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하늘을 닮은 하늘색이 좋아."
맑고 투명한 하늘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하늘이 이어지는 바다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 수평선까지 닿아 있는, 어두우면서도 깊고 넓은 바다의 색까지도.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색은 푸르고 깊은, 바다를 닮은 하늘색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 나에게
"무슨 색을 좋아해?"라고 물어본다면
여전히 "하늘색이요"라고 대답하겠지만,
사실은 요즘 더 자주 떠오르는 색이 있다.
안정감을 주는 나무의 색.
초록빛을 감도는,
살짝은 어두운 듯하면서도 따뜻한 그 나무색.
사람들은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푸르른 초록빛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지친 눈도, 지친 마음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색이고 싶다.
누군가에게 조용히 스며드는, 따뜻하고 조용한 나무의 색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