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아이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by Rumex

한때는, 어른이 되면 혼자서 뭐든지 뚝딱 해내는 만능인이 될 줄 알았다.
책임감 있고, 능숙하고, 척척 알아서 해내는 그런 어른 말이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나는, 아직도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어른아이일 뿐이다.


여수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품 안에서 오래도록 자랐다.

몸이 아팠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취업을 준비했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일을 찾아 서울로 올라왔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난 지는 이제 겨우 1년 남짓이다.


혼자 살아보니, 내가 그렸던 ‘어른’과 지금의 나는 꽤 거리가 멀다.
집을 알아보는 일, 계약서를 읽는 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했다.
인테리어 견적을 비교하는 것도 쉽지 않아 엄마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도와주면 쉽겠지만, 이제 너도 혼자 알아서 정하고 결정해 봐.”


처음엔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곧, 이제는 내가 혼자 살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동안 이런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냈던 부모님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는지 이제야 실감한다.


나는 아직 남들보다는 어린 어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어른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늦게 자라고 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조금씩 배우고, 느끼고, 성장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간 위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