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대야 했던 날
https://www.youtube.com/watch?v=XTHYXAtGn7Q
니자무딘역 앞에는 대학생들과 많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수령 100년도 훨씬 넘었음직한, 역 앞 고목나무 밑엔 신께 드리는 의식(儀式)의 헝겊 조각이 당연한 듯 걸려 있었다. 예외 없이
노숙자(homelessness)가 길바닥에 쓰레기가 뒹굴건 말건 자고 있었다. 인도의 노숙자들은 한결 같이
담요나 헝겊을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둘러쓰고 잔다. 얼핏 보면 헝겊으로 둘둘 말아 버린 시체 같아 보인다.
지난 저녁부터 시작된 선거 승리 자축 공연이 거기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빠르고 경쾌한 인도 특유의 리듬 봉고 장단. 단순하게 북과 장구만 치는데도 절로 몸이 들썩인다. 우리나라의 사물놀이패와 어울리면 더 멋진 하모니가 이뤄질 것 같은 인도의 가락과 장단. 그 소리를 들으며 대기하던 사람들은 열차 시간이 되면 한 팀 두 팀 계단 위로 사라지곤 했다. 계단 위에는 매표구가 있었고, 철로로 내려가는 길목엔 무장 경찰관의
검색대(search bar)가 있었다. 가방과 소지품은 작은 컨베이어 밸트가 돌고있는 검색대로 통과시키고, 사람 몸만 수색하는 검색대를 통과하면 자기 짐을 챙겨가지고 가게 돼 있다. 재밌는 것은 그게 다 요식행위 같다는 것. 어쩌다 재수 없으면 라이터나 담배, 칼이나 장신구 같은 쇠붙이(ironware)를 털린다.
얼추 시간 되어 검색대를 통과하고 플랫폼에 타고 갈 기차가 도착했는데 이거 뭐야~ 어떤 기차를 타야 하지? 인도의 기차는 우리나라와 달리 객차 중간 부분 위쪽에 조그마한 숫자로 열차 번호가 적혀 있다. 인도에서
처음 타 보는 기차라 얼마나 허둥댔던지. 마침 플랫폼에서 인사 나눴던, 여자 친구와 함께 여행하던 외국인
젊은 친구가 우릴 도와주었다. 객차를 몰라 허둥대던 우리와 맞닥뜨리자 여친 혼자 남겨놓고 열차 밖으로
우리와 함께 튀쳐나와 객차를 찾아 주었다. 기차가 출발하기 일보 직전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그때 얼마나 쫄았었던지~ 그 친구 아니었으면 어땠을런지~헐헐~
그러기 전부터 나는 그 친구들이 달리 보였었다.
인도의 열차 역에는 많은 철로들이 뒤엉켜 있다. 우리나라처럼 두서너개 노선이 있는 게 아니라 많은 노선이 얽혀 있다. 200년 간 영국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인도 전역에 깔린 노선들이라 한다. 인도에서 약탈한 물자와 유물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운송 수단이 바로 열차였다. 그래서인지 역마다 노선도 많고 객차나 화물 차량도 엄청나다. 한번은 서행하는 기차 칸 수를 세어 본 적이 있는데 60량이었다. 우리나라와는 게임이 안된다.
얘기가 잠깐 삼천포로 빠졌는데, 그 친구들이 달리 보였다는 점. 그 때 니자무딘 역에서는 철로 청소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철로 변에 수없이 떨어져 냄새를 풍기고 있는 똥덩어리 청소 작업. 역 구내의 철길 양쪽엔 시멘트 홈이 파여 있고, 약 5미터 간격으로 수도 꼭지가 설치돼 있다. 수도 꼭지 곁엔 긴 호스가 달려있어 청소원이 물을 틀면 수압 좋은 물호스는 철로의 똥덩어리를 철길 옆의 시멘트 홈으로 밀쳐 버린다. 그때 튕겨지는 물방울들은 냄새 진동하는 똥덩어리들이다. 그 작업이 끝나면 청소원은 맨손으로 생석회 가루를 뿌린다. 근데 바로 그 옆 벤치에 앉아 태연히 비스킷을 먹고 있던 그 젊은 외국인 커플들. 철길과 불과 2,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인도인들보다 더 인도틱한 모습이었다. 히휴~ 근데 그 친구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줄이야~ 헐헐~
그 젊은 친구들 도움으로 예약된 좌석에 앉아 철길 주변 경관을 구경하고 가는데 우와~ 인도~ 정말 거대한
땅덩어리의 나라였다. 공연히 우리나라 면적의 33배가 아니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밀과 유채밭. 드문드문 사탕수수 밭도 섞여 있었고 철로변엔 우리나라 갈대보다 두배 가량 길어 보이는, 길고 굵은 갈대가 자라고 있었다. 알고 보니, 갈대의 용도는 우리나라 초가삼간 같은 인도 농촌지역 오두막의 재료나 빗자루로 쓰이고 있었다.
우린 오후 늦게서야 Haridwar(하리드왈)역에 도착. Rishikesh(리시케시)행 버스로 갈아타고 또 1시간 가량을 달렸다. 그 젊은 친구들도 리시케시로 가는지 우리와 나란히 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아 갔다. 도로변에 폭 넓은 강이 흐르며 가까워진 리시케시. 강변의 넓은 풀밭엔 소와 말들이 떼를 지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도시의 소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먹고 사는데 이곳 소들은 복 받은 소들인 셈~
인도는 어딜 가나 다인종, 다종교 국가여서인지 신상(神像)이 많다. 시바, 크리슈나, 비슈누, .... 등등. 강가에도 거대 신상이 서 있었다. 드디어 리시케시 도착. 해는 이미 지고 어둑어둑.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여행자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밤은 인도인들마저 두려워하는 어둠의 시간.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다급하게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야 했다. 리시케시에서는 우리를 위해 게스트 하우스를 미리 예약 해주신 분이 계셔서 거기를 찾아가야 했다. 근데 도대체 방향이 어디여? 버스 터미널 오른쪽이야 왼쪽이야? 그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좋을텐데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울 산적, 짬만 나면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 스마트 폰, 엡스미로 지도 검색을 하는데 그날따라 허둥댔다. 이미 어두워졌잖아~ 조급하잖아~ 더군다나 인도잖아~ 더더욱, 귀부인인 나를 데리고 다니잖아~ ㅎㅎ~
어떻게던 그분과 통화해야 했다. 몇번이나 시도했다. 매끄럽지 않은 통화였다. 반 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울 산적. 2Km 가량을 걸으며 어떤 다리까지 건넜다. 가만 보니 울 산적, 정확하게 말해 주면 찾아갈텐데~ 하며,
혼돈 상태가 절정에 이른 듯 했다.
히히히~ 그럴 때, 짜잔~ 하고 나타나는 손오공인 나. "어이~ 락시만 줄라 까지 오라 했으니 거기까지 일단 가보세" 했다. 오토 릭샤 잡아타고 일,이십분 가량 달려 도착해보니, 우리가 내리던 딱 그 지점에...
다음에...
갠지즈강
하리드왈 강변의 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