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을 자극하는 남자
내가 '무전여행기'를 디밀며 브런치에 처음 들어왔을 때 무식한 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했다. 내 반응이 아니니까. 헌데 곰곰 생각해보니 글이 투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투박했다.
울퉁불퉁한 고구마를 보면 누구나 "에고~ 못 생겼다" 하지, "어마나 잘 생겼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못생긴 고구마를 보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사람이 있다. 고구마 하나에 사연이 깃들어 있는 사람. 고구마 하나를 쪼개고 나눠서 배고픈 형제들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허기를 달랜 적 있던 사람. 그 사람들은 못생긴 고구마 한개를 통해 옛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힌다. 즉 감동(感動)한다. 감동을 하게 되면 눈물샘이 자극된다. 이내 주루룩 눈물이 흘러내린다.
감동은 느낌이다. 사물이 아니다. 지식(知識)도 아니다. 학교에서 배워 아는 게 아니다.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게 느낌이다. 저절로 알 게 되는 게 느낌이다. 감정(感情) 속엔 감개, 감격, 감동이라는 느낌이 들어 있다. 그 느낌은 파동(波動)과 파장(波長)을 일으킨다. 파동은 물결의 움직임이 퍼지는 현상이다. 파장은 같은 위상을 가진 파동의 서로 이웃한 두 점 사이의 거리다. 짧기도 길기도 하다. 그 속에서 공명하며 울려 퍼지는 파동에 우리들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동서고금천지 다 살펴봐도 눈물샘 없는 사람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우리네 인간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 눈물샘이다. 그런데 그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남자다.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할 줄 아는 남자. 어떤 지점을 정확히 공략해야 주루룩 눈물 흘릴 것인지 아는 남자.
이름하여 '미친PD(필명)'. 그가 책을 냈다. '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 책의 큰 폴더(Forder)인 제목 속엔 1부와 2부라는 작은 폴더 2개가 있다. 1부(야구, 영화를 만나다) 폴더 속엔 8개의 파일(File)이 있다.
2부(영화, 스포츠를 담다) 폴더 속엔 12개의 파일이 있다. 도합 20개의 파일. 내가 여기서 구구절절 그 파일들을 다 열면 '미친 할매'가 된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래야할 시간도 없다. 나는 다만, 미친PD 작가가 자극했던 눈물샘을 기어이 터트려버리고야 말았던 책 속의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아니, 그 사람들의 휴먼 스토리(human interest story)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책(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 속에 있는 내용들이다.
그 중 한사람. 아베베 비킬라. 에티오피아 작은 마을 태생으로 가난했던 그는 소몰이 목동으로 살았다. 우연한 기회에 에티오피아 어느 황제 친위대에 들어간 그는 한국전쟁(6.25 전쟁)에도 참전했다. 전쟁 후 고국으로 돌아간 아베베. 우연히 멜버른 올림픽 경기를 보게 되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다. 그의 나이 24세. 마라토너로서 늦은 나이. 선수 경험이 없던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보름을 앞두고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마라톤 에이스였던 선수가 축구를 하다 발목을 다치게 된 것. 결국 아베베는 대체 선수가 되어 얼렁뚱땅 대표팀에 합류, 1960년 로마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문제는 발에 맞는 마라톤화가 없었던 것. 고심하던 코칭스탭, 그에게 맨발로 뛸 것을 권유한다. 다년 간의 소몰이 목동으로 다져진 굳은 발바닥을 가진 아베베. 올림픽에 출전한다.
다음에...
(흐름상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