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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Mar 05. 2022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 1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 보이는 것들은 수 만가지 나열할 수 있다.


한번도 밟히지 못한 새하얀 눈길

눈길조차 거둬진 듯해 일부러 다가섰지만

밟지 못하고 돌아선 발길

스스로 빨리 녹길 알아서 재촉하는 내 눈길 

그러기나 말기나 다시 내리는 눈에 덮히는 그길 

         

아무도 앉지 않는 벤치

어제도 그저께도 일년전에도 

우연히 발견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벤치

하얀 털이 송송이 올라온 송충이가 지나가는 벤치

가을을 알리는 낙엽이 잠시 앉았다가 바람에 날라가는 벤치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분실물

함께 옹기종기 있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그들만 기억하는 과거의 추억들

네임펜으로 적힌 이름도 당당히 드러내보였지만

까막눈 마냥 마음을 읽지 못하고 떠나가는 사람들

          

길거리에 먹다버린 테이크아웃 음료잔

한 두 모금 빨았을까?

마치 배부른 임산부마냥 힘겨워보인다.

부재중 주인을 기다리는 척해도

버스가 열 번이나 넘게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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