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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Mar 05. 2022

모두가 힘들다

 

정말 밝아보이는 사람이 있다. 농담도 잘하고 잘 웃는다. 항상 씩씩하고 큰 소리로 인사한다. 직장에서 힘든 일을 혼자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만없이 처리한다. 또한 전화를 받을 때도 파워풀한 말투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킨다. 사람들은 혹시 군대갔다왔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걸어다니는 시간도 아까워 뛰어 다닌다.      


이제 그 사람을 멀리 바라보며 질문을 던져본다.

 ‘저 사람에게도 힘든 점이 있을까? 늘 밝아 보이는 저 사람에게도 마음의 아픔이 있을까? 저 사람은 자신의 힘든 점을 어떻게 맞이할까? 저 사람의 힘든 표정은 어떨까? 힘들 때 어떻게 행동할까?’     


예를 든 사람은 바로 ‘나’다. 내가 나를 멀리서 바라본 듯, 마치 남인 듯 쓴 것이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써보니 썩 나쁜 사람은 아닌 듯 보인다. 늘 한결같아 보이는 저 모습을 간판으로 세워놓고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는 죽니 사니하며 혼자 싸워대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왜이리도 나는 모지리, 병신일까? 혼자 자책하며 삶을 마감하고 싶었다. 불안한 맘은 계속 뭔가를 먹어대기 바빴고 잠들기전까지 저작근은 쉴 틈이 없었다.   

   

폭주하려는 내 마음과 달래려는 내 마음이 엄청 싸워댔다. 

‘니가 좋아하는 웹툰보면서 안정해봐, 여기 달콤한 빵먹자. 잠을 좀 잘까? 아니면 햇볕을 느끼며 하천을 산책할래? 요즘 즐겨듣는 유빈의 ’숙녀‘라도 들을래? 팟빵 매불쇼 들을까? 아니면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볼까?’    

 

어찌하던지 간에 작고 초라하지만 이성적이고 착한 작은 내가 나를 달래려 애쓰고 있다. 굵고 거대한 뿔을 머리에 붙이고 운동장같은 등짝을 용광로처럼 달구면서 씩씩대고  분노하는 나를, 마치 악어앞에 악어새처럼 말이다. 내가 나를 제어하기 힘든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이 몇 달 가기도 하고 며칠 내로 끝나기도 한다. 한없이 외롭고 초라해져 쪼그라져있는 시간이다. 이성보다 독같은 감정이 나를 지배하며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건강을 해치게 한다.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감정이 정리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햇볕을 보게 될 때가 온다. 그때 거울을 꺼내 내 모습을 보면 갑자기 세월의 폭탄을 맞은 듯 인상이 나빠지고 늙어보인다.   

   

무사히 지나가면 다행이지만 이때 누군가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이것저것 토해내듯 내면의 감정을 쏟아낸다. 그때 나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난데없었을 것이다. 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했던 그 사람은 갑자기 급발진하듯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받아내야 했다. 나에 대해 관심?어린 질문이 트리거가 되었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상품홍보를 잘 마친 그는 내가 던진 감정의 덩어리들을 무심히 발로 빵빵 차버렸다. 

“고객님, 쓸데없는 소리까지 안하셔도 됩니다.”

사실 그는 나를 공유할 의무가 없다.      


나는 mkyu의 514모닝챌린지 3기에 참여중이다. 오늘 김미경 강사는 언제가 힘들었냐고 질문을 던졌다. 유튜브 실시간 댓글창은 다양한 내용이 올라왔다. 남편의 사별, 엄마의 죽음 등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남편의 부도, 빚 등의 재산상의 힘든 고비, 남편과의 관계, 친구의 배신, 암환자, 등등 누가 들어도 힘들 수 밖에 없는 답변들이 올라왔다.      

‘저렇게 힘든데도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나만의 새벽시간을 맞이하고 있구나!’ 


사실, 며칠 전 죽고 싶은 맘을 다 잡지 못해 혼자 분통하며 가슴을 치고 언제 준비했는지 나도 몰랐던 눈물을 간헐적으로 쏟아 내릴 때도 나는 그들처럼 514모닝 챌린지에 참가했었다. 감정없는 로봇처럼 새벽에 일어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 시간을 맞이했다. 큰 뜻이 있어서도 아니다. 김미경 강사의 독설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신 차리라고 뒤지게 패줄 사람도 없다. 내 매는 내가 들고 셀프 맴매를 해야 한다. 이유 없는 힘듦은 없다. 확실한건 이러나 저러나 내가 해결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힘들다. 상처없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열심히 산다. 그럼에도 웃는다. 상처가 있다고 모두가 주눅들고 살지 않는다. 아침 해를 들어올리는 힘찬 새벽에 일어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자신을 진심 사랑하는 모습이다. 터널이 길든 짧든 어쨌든 지나갈 것이고 그 시간 동안에 나에게 힘이 될 도구들을 많이 쟁여놓아야 한다. 그 무기는 모두 다 다를 것이다. 앞이 안보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두려움이 닥칠 때 무기가 큰 힘을 발휘한다.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도구를 많이 가진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 당신은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갈 때 힘을 줄 도구를 얼마나 많이 쟁여놓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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