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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Jun 20. 2022

독한 년인들 뭔들...

     

괴테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밖에 들을 수 없다.”라고 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즉, 확증편향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히  상대방의 의도와는 다르게 큰 상처로 다가오는 말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내가 아는 데로만 곡해해서 스스로 상처를 만들지는 않나 생각했다.

     

우리 아버님은 평범하시고 선량하신 분이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단 한 번 상처가 되었던 말씀이 있었다. 한번은 퇴근 후에 아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말을 해야 먹고 사는 직업인데 근력도 안 되는데도 억지로 말을 하다 보니 항상 목이 쉰다. 아버님께서는 쉰 목소리의 이유를 묻더니 세상 명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니가 피곤할 게 뭐가 있니?”    

  

전업주부로만 살았던 어머님과 두 딸을 둔 아버님은 워킹맘을 잘 모르신다. 여자가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게 뭐 대수겠냐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버님 말씀이 황당했지만, 포동포동 살이 찌는 두 딸과 다르게 삐쩍 말라가는 나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셨다.     


시어머니도 질 수 없다. 

평소에도 말씀이 많으신 시어머니께서는 전화 통화하다가 말씀하신다.     

“시누들이 너보고 독학년이랴~” 


독한 년? 그거 나쁜 뜻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황당해했다. 힘으로도, 덩치로도, 말발로도 모든 게 내가 밀리는데 말이다. 뭔가 이르는 말투지만 어머님도 같은 뜻인 듯하다.  

   

뭐가 독한 거죠? 라고 물어보니 골골 되면서도 애 둘 키우고, 직장까지 다니고, 살림까지 다 하니까 독한 년이라는 거다. 자기네들은 무서워서 제왕절개 했는데 마른 몸으로 자연분만한 것도 그렇단다. 자기네들은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둥 말 많은 여자들끼리 모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거다.       


단순히 단어에만 집착하지 말고, 문장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 말을 던진 사람들의 맥락을 이해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 잠시 숨을 고르곤 했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기에 나에 대해 그렇게 나쁘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듣기 좋지 않은 말을 했을 때 그 말만 가지고 버럭 기분 나쁘기보다는 그 사람이 평소에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상황에서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 말을 던지고 있는 그 사람은 어떤 표정인지, 나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해보려 한다. 상대방이 처음에 던진 원석이 무엇인지 말이다.    

    

정신의학자인 빅터프랭클은 그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감정의 자기 주체가 되어야 함을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상대방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 때문에 그 말을 곱씹고 곱씹을 필요가 없다. 그러던지 말든지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단단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상처가 된다. 내가 내 감정의 안전지대를 만들어 놔야 한다. 난 정말 독한 년이 되어 성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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