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unna Aug 03. 2022

엉킨 것들을 바라보며

"또 엉켰네."



노트북을 충전하려고 보니 줄이 배배 꼬여있다. 나는 절대 엉키게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누가 몰래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 우렁각시가 아닌 엉킴 요정이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키득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외출하려고 허둥대는 내게 한참이나 엉켜버린 실타래 같은 목걸이 줄은 엉킴 요정의 배꼽을 쏙 빼놓는다.



잘 사용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엉킴으로 앙갚음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노트북 충전선과 목걸이가 말한다.

  "처음부터 우리들은 엉키어 있지 않았어."

  그래, 너희들은 내 손을 타면서 엉키게 되었지. 가늘면 가늘수록, 길면 길수록 더 잘 엉킨다. 복잡한 실타래 같은 머릿속을 들킨 듯하다. 일도양단(一刀兩斷)이랄까,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잘라버릴 수도 없다. 굵은 선인 노트북 충전기 선은 그럭저럭 쉽게 풀렸다. 하지만 가늘고 실 같은 목걸이 체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물건도 방치하면 쉽게 엉키는데 나와 내 주변과의 관계는 어떨까? 혹시 나도 모르게 엉키고 있는 관계가 있을까? 너무나 작고 사소하다 생각해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을까?  



작고 가는 것이 더 잘 엉키듯 인생도 작은 것들의 엉킴으로부터 트러블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작은 것에 기뻐하고 작은 것에 화가 난다. 사소하다고 방치하다가 엉키기 시작하면 너무나 촘촘해져 실마리를 찾아낼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크레타의 미로처럼 입구만 있고 출구를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을 수 있다.




작은 관심과 작은 감사, 작은 선물, 작은 배려, 작은 인사, 작은 편지, 작은 배려, 작은 용기, 작은 실천 등이 내 인생의 엉킴을 풀어내는 실마리가 아닐까 한다. 처음부터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찬찬히 풀어나갈 여유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이 싫은데 웃음이 나올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