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unna Aug 02. 2022

사람이 싫은데 웃음이 나올까?

어쩌다 보니 나도 내 취향이라는 게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는 그런 취향 말이다. 사람한테도 마찬가지다. 진심이 가득한 미소를 숨길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나의 취향을 배려해주기는 커녕 취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대량으로 랜덤 폭격했다. 대부분은 굳게 잠겨있는 나의 빈 집 앞을 그냥 지나가지만, 가끔은 대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간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대문이 열리는지 흔들어보기도 하고 억지로 열어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열쇠공이 와도 열리지 않는 그 대문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공기마저 정색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 웃음을 보인다면 마음이 놓이는 듯, 냄새나는 발이 담긴 신발을 스멀스멀 들이밀고 대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것이다.  타인이 아닌 지인으로 둔갑하여 여유롭게 대문을 두드리려 할 것이다. 



최근에 일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편의상 B라고 하자. 본능도 밀어내는 극혐 스타일이다. 아는 체할까 봐 숨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대화도 잘되고 묘하게 웃음이 터진다. 내 감정과 상관없이 매번 만세 자세로 강제로 겨드랑이 간지럽힘 당하는 느낌이다. 웃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웃게 된다. 자신에게 호의적이라서 웃는 줄 알까 봐 조심하고 싶지만 강제로 나의 웃음 감정을 소환해내는 재간에 당해낼 길이 없다. 마치 반가운 주인을 만난 강아지가 오줌이 질질 흘러나오는 줄도 모르고 꼬리를 흔드는 꼴이다. 나의 짜증이 요란한 웃음에 묻힌다. 



감정이 다 드러나는 앞과 뒤가 똑같은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내 취향이 중요할까? 어쨌거나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할까? 폐를 긁어내어 만든 웃음이 싫은 사람을 호감으로 바뀌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나를 두고 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걸음을 잊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