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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Aug 05. 2022

나의 최애 음식 막국수에 대해

<나의 최애 음식 막국수에 대해>

 

    

입에 넣는 순간부터 동공이 확장되고 태곳적 옹알이 같은 음~ 음~소리가 자동 발사되며 온갖 찬사와 엄지 척을 해대며 요란을 떨게 하는 맛이 있다면, 니맛도 내 맛도 아닌 것이 심심하기까지 하여 무슨 맛인지 몰라 눈을 하늘 위로 치켜뜨고 계속 생각하며 맛보다가 한 그릇을 비워내게 하는 맛이 있다.      



나에게 막국수는 후자와 같은 맛이었다. 목구멍으로 면을 넘기는 순간 입안에는 아무런 잔망스러운 뒤끝 맛이 남아있지 않는다. 꿀꺽 삼켜버리면 무슨 맛있지 기억이 안 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다시 한 젓가락 입에 넣고 맛을 보게 한다. 요란 떨진 않지만 나름 소신 있어 보였다. 언제라도 찾아온다면 다시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그리움 맛이었다. 그 그리움은 어릴 적에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손칼국수 맛을 소환했다.



어머니는 밀가루보다 더 많은 콩가루를 섞어 여러 번 반죽을 하고서는 홍두깨에 밀고 밀가루를 뿌려 착착 접었다. 마치 아빠 혁대처럼 만들고선 가늘고 균일하게 총총총 소리를 내시며 칼질을 하셨다. 못난이 반죽 끝자락은 불에 구워 먹으면 그 나름대로 별미 었다. 펄펄 끓는 물로 가글 하듯 가르랑 되는 큰 솥에다 차라락 흩뿌리면 어느새 감칠맛 나는 양념장으로 간을 맞춘 칼국수는 내 뱃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 그리움이 나를 홀렸을까? 집 떠나와 혼자 대학생활을 하던 나에게 춘천에서 처음 맛 본 막국수는 타지 생활에서의 엄마의 손칼국수 같은 잔잔한 그리움의 맛을 선물했다. 막국수를 실컷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하던 차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바로 막국수집에서 알바를 하는 것이었다. 대학교 엠티로 처음 가봤던 강촌의 한 식당에 주말 알바 자리를 구했다. 메인은 매운탕류였지만 막국수도 팔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하듯 밥을 먹었지만 나는 오직 막국수만을 먹었다.



요리사 아저씨는 그런 내가 신기하다는 듯 회갈색 메밀면을 똥머리처럼 말아 올려 큰 대접에 내주었다. 샤워기에서 물이 빠져나오듯 촘촘한 구멍 사이로 여러 가닥의 메밀면이 쭉쭉 물바다 속으로 풍덩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요리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온갖 칼자국으로 생채기가 가득한 요리사 아저씨의 팔뚝에 겁이 나면서도 옆에 쭈그리고 앉아 쫑알 되던 기억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집 근처에 놀러 왔다. 서로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빤히 쳐다보며 동공만 크게 벌렸다 줄었다 답 없어하던 차에 고기리 쪽에 먹을 것이 많을 것 같아 그리로 네비를 찍었다. 가다 보면 뭔가 얻어걸리겠지 하고 나선 길에 눈에 들어온 막국수집! “이미 나는 갔다왔지롱”하면서 지나가려고 했지만 지인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많나며 막국수 맛이 궁금하다고 가게로 들어갔다.



치매에 걸린 맛같이 한 젓갈 할 때마다 맛이 기억이 안 나 조금씩 음미하면서 먹는 나와는 달리 지인은 후루룩 거리며 단 몇 젓갈로 식사를 마쳤다. 춘천에서 먹던 막국수 맛은 아니지만 여전히 안정적으로 먹을 만했다. 사리까지 해치우고 배를 두들기는 지인은 뒤돌아서면 다시 그 맛이 생각이 날까? 티브이 속 기자가 “귀추가 주목됩니다.”라고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하던 멘트가 떠올랐다. 만약 은근히 고개를 절레절레 되며 생각이 난다면 막국수의 매력에 입덕 한 것이다.



뒷 이야기:  지인은 막국수가 먹고픈지 내가 보고픈지 모르겠지만 막국수가 은근히 생각나고 또 먹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답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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