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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Aug 13. 2022

나는 찐따일까?


<나는 찐따일까?>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락 음악을 제일 좋아한다. 주변을 보면 “락 음악은 어렸을 때나 잠깐 듣는 거지 뭐”라고 치부하며 세상 쿨하게 이별을 고한다. 그리곤 잔잔한 대중가요나 트로트로 빠진다. 어쩌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음악 듣는 것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초등학교 때 처음 락음악을 접하고 중,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대학생이 되어 클럽을 가게 되었을 때, 쿵쿵거리는 클럽 음악에 신이 나서 춤을 추는 친구들을 보니 재미있었다. 그런 모습이 흥미로웠지만 내 안의 춤사위가 쉽게 기어 나오지 않았다. 겉만 깔짝 되는 춤을 추는 나에게 친구들은 쑥스러워하지 말라며 나의 팔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 주기도 했었다. 

직장인이 되어 나이트클럽에도 놀러 가게 되었는데, 아무리 신나고 요란한 대중가요를 틀어대어도, 번쩍이는 조명과 디제이의 멘트가 찬란해도, 그들과 섞여 같이 춤을 추긴 글러 먹었다. 내 안의 댄스본능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쿵쿵거리는 비트는 안 그래도 일찍 잠드는 나에게 자장가처럼 들렸다. 다들 저리 신나 보이는데 왜 나만 쭈구리처럼 앉아있는 것일까? 왜 혼자 병든 닭구새끼 마냥 꾸벅꾸벅 되기나 할까?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락음악은 달랐다. 장거리 출퇴근도 단거리로 짧게 느껴지는 마술을 부렸다. 차 안에서 락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면 세상만사 그리 신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 두 곡씩 따라 부르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까지 도착해있었다. 나이를 먹으면 내 음악 취향도 달라지겠지 했지만, 나이를 계속 먹어가도 여전히 락이 좋다. 락은 곧 나였다.


      

사실 락음악도 종류가 많다. 나는 그중에서도 헤비한 데스, 블랙메탈류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제일 안 듣는 음악이다. 경멸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사회 부적응자, 성격이상자, 찐따, 정신병자들이나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잘못 만졌다가 블루투스 이어폰이 해제되는 바람에 저세상 사운드에 그로울링을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cradle of filth가 iron maidend의 곡을 리메이크한 hallowed be thy name을 듣고 있었다. 순간 얼마나 깜짝 놀라고 재밌었던지 말이다.


      

나이를 한참 먹고 나서 메탈 앨범 이미지나 공연 시 악마처럼 분장한 모습을 보면 그냥 중2병 걸린 아이들 같아 보여서 피식 웃음이 난다. 피철 갑질을 해대고 악마를 숭상하는 듯한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보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쿨하게 용돈을 주는 부모의 심정이 된다. 사라지지 말고 그냥 숨만 쉬고 잘 살아줘도 고마운 그런 마음 말이다. 


     

아무튼, 이런 나의 음악적 취향 때문인지 몰라도 스스로 외로워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다가다 락음악 좀 좋아한다고 읊조리는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 하면 락이죠!”하면서 모임 자리에서 혼자 돼지같이 먹는데 집중하는 사람, 히키코모리의 덕후 같은 외모에 이상한 소리만 하고선 혼자 실실 웃는 사람, 패션 고자에 잘 씻지 않는 사람,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락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쩌다 훈남의 차를 같이 탈 기회가 있었다. 키도 크고 잘생긴 훈남은 역시나 어여쁜 여자 친구도 있었다. 그 훈남의 차 안에서는 잔잔한 발라드곡이 나왔다. 곡 선정은 본인이 들어보고 괜찮은 노래를 골랐다고 했다. 나는 혹시 락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그는 “락 음악을 싫어해요, 왜 듣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도 성격 이상한 애들이 주로 들었다고 한다. 

하긴 잘생긴 남자들은 항상 여자 친구들이 곁에 있었을 것이고 달달하고 분위기 있는 발라드곡이 그 분위기에 어울릴 것이다. 그러니 개박살 낼 것처럼 대가리나 흔들어 싸며 혼자 병신 짓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찐따라서 락음악이나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혼자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했다. 아니면 내 안의 한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에는 뾰족한 멜로디 없이 거친 기타와 묵묵한 드럼 소리, 가르랑 되는 보컬 소리의 메탈 음악은 명상음악이 된다. 조용히 음미하고 있으면 위로가 된다. 현실에서 힘들어하는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와 앉히고 잠깐 눈 좀 붙이라고 한다. 그러다 진정되면 다시 현실로 돌려보낸다.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즐겨보라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생각을 더 하라고, 거칠게 밖에 표현 못 하는 수줍은 사람이라서, 너무나 순수해서 그런 거라고 음악이 말해준다. 찐따든 아싸든 나는 나의 음악 취향을 존중하고 이런 취향이 있는 나 자신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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