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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Nov 04. 2022

내 멱살을 잡고 직장에 내 던지다.

“헤이~ 자몽, 가자!”     



나의 반려견 자몽이는 가끔 산책을 할 때 잘 가다가 갑자기 걷기를 거부하곤 했다. 이유는 모른다. 내 눈엔 특별날 것도 없는 평범한 길 가 위에서 왜 저러는지 말이다. 쭉쭉 걸어가고 싶어 애가 타는 나는 길가의 방지턱 마냥 가다 서다 하는 것이 신경이 거슬린다. 나는 당황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있었고 자몽이는 발톱에 힘을 준 채 리드 줄을 팽팽하게 만들어버린다. 늘 하나로 모아져 있던 조그마한 앞발은 마치 갓난아기의 바빈스키 반사처럼 쩍 갈라지며 숨어있던 발톱이 드러난다.      



“ 자몽, 왜 그래?”     



처음에는 나도 기싸움에 지면 안될 것 같아서 툭툭 잡아당겨 보기도 했는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먼 산을 보면서 기다려주었다. 마치 얼음땡을 한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자몽이는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자몽이가 힘을 뺀 것이 느껴진다. 자기가 멈춰놓고선 시치미를 떼고 나의 명령을 기다리듯 쳐다본다. 그때 내가 “가자~ 자몽!”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몇 번 빙글빙글 돌더니 무심히 다시 나와 합을 맞춰 길을 걷는다.  


   

나도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거부하고 싶다. 직장 가는 길 말이다. 용을 써보지만 가소롭기 그지없다. 결국 가야 한다. 내 목줄은 직장이 쥐고 있다. 난 직장의 부속품이니 말이다. 목줄을 쥐고 가는 큰 힘에 의해 방향은 정해진다. 가기 싫다면 방법은 하나다. 내 멱살을 내가 스스로 쥐고 직장에다 던져 넣어야 한다. 그럼 흐르는 강물에다 띄운 한 장의 낙엽처럼 알아서 흘러간다. 일단 던져놓으면 부품이 되어 보이지 않는다. 내 꿈, 나의 개성은 비상금처럼 잘 감춰야 한다.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직장은 머무는 동안 기를 쪽 빨아먹고 영양가 있게 다 써먹어야 집으로 돌려보낸다. 전투 의지보다 더 강력한 피로를 보너스로 준다. 게다가 일상의 대부분을 출근이 우선이 되게 한다. 밤늦게 더  놀고 싶어도 출근 준비가 걱정되고, 몸이 아파도 출근이 거슬리고, 여행 가고 싶어도 출근이 장애물이고, 아이가 아파도 눈치가 보이고, 좋은 행사가 있어도 평일 낮엔 그림의 떡이다.    


  

그러니까 목줄을 끊어내기 위해 더 큰 힘을 기르거나 아니면 목줄을 잘라낼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계속 끌려다녀야 한다.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탈진된 상태로 이 악물고 뭔가 다른 꿈을 꾸려고 하면 번아웃이라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주저앉아 버릴지 오뚝이처럼 다시 또 일어나서 맞서 싸울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사마귀라도 되어야 한다.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결국 벗어날 것이라 믿는다. 그 방법은 결국 자기 자신의 노력에 의해 찾아야 한다. 그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한숨 푹푹 쉬고 내 멱살을 내가 잡고 직장에 냅다 던질 수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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