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새끼
저녁 무렵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냉한 몸뚱이를
열린 우리 집 창문 안으로 디민다.
얼죽아만 마실 것 같은 그 숨결 속에
2023년의 겨울 맛이 났다.
여름의 끝자락 같은 늘어진 반팔, 반바지 차림의 나는
똑같이 여름 막차를 탄 모기 새끼를 만날 줄이야.
갑자기 추워진 공기에 각성이라도 된 듯 그 새끼는
밤새 내 귀 주변에서 볼륨의 원근감을 조절하며
일관된 경고음을 냈다.
내 팔베개에 고이 잠들었던 아이는
갑자기 몸을 들썩들썩 움직이며 몸을 긁기 시작했다.
이불로 잘 덮어줘도 교묘하게 아이의 빈틈을 찾아냈다.
차라리 나를 물라 하며 다리 한 짝, 팔 한 짝
슬쩍 밖으로 끄집어내었지만
뼈와 가죽만 남은 볼품없는 늙은 애미는 패싱하고
달큼한 아이만 산 제물이 되어
고대로 폭격기 10방을 다 막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 덕분에 늙은 애미는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온몸을 벅벅 긁어대는 아이에게
미안한 맘과 함께
얄미운 모기 새끼를 처단해야 했다.
우리 집 현관문에는 마치 고추 잠자리 같은
붉은 배를 한 모기 새끼가 붙어 있었다.
마치 나가는 곳을 아는 듯 언제든 내뺄 기세다.
이제 진짜 여름은 끝이구나 싶어서
그 후론 모깃소리는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