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나이가 나에게 과분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뭔가 딱 떨어지는 게 마음에 든다며 2020년을 기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2023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상하게 학창 시절에는 시간이 너무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2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정반대가 되었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냥 뭐 한 것도 없는데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다.
나이 뒤에 km를 붙이면 그게 인생 체감 속도라고 하던데, 그러면 더 나이 들고 나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지는 건가. 상상이 잘 안 될 정도다. 따지고 보면 100세 시대에 절반조차도 오지 않은 나이지만 얻는 것 없이 숫자만 점점 늘어가는 기분이랄까.
생각해보면 항상 무난한 길을 걸었던 것 같다. 당연한 것처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 중학교,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다. 떨어지는 게 두려워 상향은 써볼 생각도 하지 않고 성적에 맞춰 가까운 대학교를 갔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자체 휴강 한 번 하지 않고 교과서 같은 생활을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방황했지만, 결국 배운 것은 전공 지식밖에 없어 대부분의 선배들이 갔던 길을 따라 걸었다.
지금 내 주위를 돌아보면 재수도 해보고 자퇴도 하고 휴학도 하고 창업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친구들이 많다. 그에 비하면 난 매우 재미없는 삶을 사는 셈이다. 내비게이션으로 비유하자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취업 루트를 타는 동안 경로를 이탈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제 ‘20대 때 안 해서 후회하는 것들’ 이런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정말 의외다.’ 였다. 인터뷰어가 20대 때 안 해서 후회되는 게 없냐는 질문을 하자, 화면 속의 인터뷰이는 ‘그런 거 없는데? 그때 안 해서 후회한다면 지금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했다. 그 답변을 들은 인터뷰이는 내 반응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물론 젊을 때만 할 수 있고, 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나도 20대 때 못해서 아쉬운 일이 있다면 30, 40. 50대 때부터라도 해보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한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말도 있듯이. 오히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