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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원 단편선

1. 도깨비불

by 이차원

#1.


한밤중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크지도 않은 하천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혜성은 강변에 놓인 벤치에 걸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무력하게 앉아 있었다. 외국에서 근무하며 타향살이를 전전하던 그는 정말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가 나고 자랐던 옛날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라고 하자면 어디에 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저 그런 이야기인데, 다 자신이 젊은 시절에 부린 치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형에 대한 시기가 심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날 때 그의 쌍둥이 형의 발꿈치를 잡고서 나왔다고 밥상 머리에서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아버지는 여성스럽고 소심한 그와 달리, 남자답고 외향적인 그의 형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자연스럽게, 보기와 달리 욕심 많은 야욕가였던 젊은 시절의 그는, 그의 형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고 싶어졌다. 그날, 노쇠하여 눈과 귀가 침침하여진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겠다고 밖에 있던 그의 형에게 연락하라고 어머니께 말씀하신 뒤 며칠 되지 않았던 날. 아버지와는 달리 그를 더 예뻐했던 어머니에게 연락을 받고 형보다 먼저 부모님의 집에 도착한 그는 아버지가 홀로 누워 계셨던 방에 형인 척 들어갔다.


그날, 그 방의 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까. 혜성은 떨리는 손으로 잡은 스마트폰으로 들리던, 형을 피해 당분간만 미국에 있는 삼촌의 집에 가 있으라는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형은 지금 잘 나가는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다. 뒷 세계와 연줄이 있다는 소문도 가끔 들리기도 했다. 회상 때문인지 무심코 펼쳐본 스마트폰에는 정말 아무런 알림도, 아무런 메시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문득 이 심해처럼 어두운 밤에 자신의 옆에 있는 건 이 애매한 밝기로 빛나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급이 낮은 별처럼 그다지 멀리 나가지도 않는 그 불빛이,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데서 봤던 도깨비불처럼 흐릿하게 빛나는 불빛이, 꼭 자신과 닮은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이봐요. 형씨. 씨름 좋아하우?”


아무리 상념에 빠져있었다고 해도 그렇지. 이 거리까지 다가오는 데도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다니. 아무래도 지금 상태가 좋지 않긴 한 것 같았다. 약간 멀리 있는 가로등의 불빛에 언뜻 보인 낯선 사내의 몰골은 흘깃 봐도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뭐 특별히 이상이 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또 정상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바지 뿐만 아니라 소매 역시 시중에 저런 걸 파나 싶을 정도로 넓었고. 밤인데 카우보이 모자처럼 생긴 희한한 검정 모자를 쓰고 있었다. 조선 시대에 살던 사람이 억지로 현재 옷을 흉내 내서 입으면 저런 모습일까.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 그럴 정신이 없어서..”


미친 사람하고 엮일까,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자 마자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가려는 혜성을 물끄러미 보던 사내는 그의 뒷덜미에 대고 한 마디 말을 툭 던져 마치 안다리를 걸듯 그의 정신을 낚아 챘다.


“형씨, 형 문제는 해결해야 할 거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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