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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원 단편선

2. 짐승의 굴

by 이차원 Feb 23. 2025

# 1.     


 화성의 왕이라 불리는 남자, 에드워드 피켈은 의자에 앉아 두 순을 모은 채로 줄곧 다리를 떨고 있었다. 그는 지난밤 한숨도 못 잔채로 이 의자에 동상처럼 가만히 있었다. 두 눈을 감고서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마치 뜨겁긴 하지만 물이 완전히 끓기 전 주전자처럼 의자에 놓여 있던 그는, 갑자기 허공을 향해서 말을 걸었다.     

“네피림, 지금이 몇 시지?”

“네, 피켈님 현재 시각은 화성 시각으로 오전 5시 18분입니다.”      

 인공 지능 비서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피켈은 외출복을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했다.      

“실험실로 가십니까? 지하 주차장 입구에 무인 이동기를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음. 잠깐 서가에 들렸다가 가려고. 단촐하게 갈 거니까. 호위는 많이는 필요 없고 한 두 명만 입구로 내려오라고 해. 지금 당장.”

“넵. 경호처에 연락해서 대기 중인 가드들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웃터의 한쪽 소매를 오른팔에 넣으며 방문 쪽으로 향하던 그는 뭔가 문득 생각 난지 고개를 살짝 뒤로 돌리고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혹시 모르니 차 안에 옷도 한 벌 실어줘. 남자 걸로.”

“알겠습니다. 시종 로봇을 시켜서 보내 놓도록 하겠습니다.”


문을 열고서 나가며 한 마디를 중얼거리는 피켈의 어깨는 왠지 조금 처져 보였다.     


“..불가능 하겠지만.. ”     


 무인 자동차의 창문으로 보이는 자로 잰 듯이 반듯한 화성의 도로들 위에는 늘 그렇듯 어울리지 않는 부랑아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연구소에 다와갈수록 잘 차려입은 사람들과 함께 구걸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 물 반 고기 반이었다. 피켈은 늘 보던 풍경이라 관심 없다는 듯 무심히 입구에서 내려 연구소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구소 로비에서는 휴머노이드 비서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피켈 씨!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음. 미켈은?”

“관리자분들 모두 아직 출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군. 지하 연구소동으로 가보겠네. 나중에 다들 오면 알려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2.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지하실에는 거대한 공간에 수많은 시험관들이 놓여 있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물이나 인간의 부위, 혹은 생명 그 자체가 각각의 시험관 안에 들어가 있었다. 피켈은 빠른 걸음으로 그 사이를 지나 입구 반대편 끝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약간 굽어져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통로에는 조그만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연구원 신분을 확인해야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이 모두 끝난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그는 최하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좋은 차에 타면 그렇듯, 거의 소리가 나지 않고 약간의 파찰음만 나는 것이, 꼭 숨죽인 맹수처럼 움직이는 것만 같아 오히려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사념을 깨기라도 하는 듯,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일찍 오셨군요.”

“12번. 아직 살아있나?”

“... 그 방은 저희가 생사를 확인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규칙상 그렇게 되어 있어서요.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시렵니까? 안전하게 격리는 되어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참 고약한 취미군. 알겠네.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지.”

“이쪽으로.”     


 12번 방은 맨 끝 방이었다. 긴 복도를 따라서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피켈의 머릿속에는 그 짧다면 짧지만 영겁 같던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복도의 맨 마지막 끝, 소설로 치면 종장인 듯한 곳에 위치한, 그 방 안에 있는 건 다니엘이라는 남자와 머리가 셋 달린 흉측한 괴수였다. 피켈은 이게 자신과 다니엘의 이야기의 끝이라는 게 도무지 믿어 지지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다니엘은 으레 주인공 옆에 있는 든든한 부선장, 어떤 고난이 와도 자신의 옆에 있어 주고 또 그 문제를 풀만한 능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 새로운 우주에서 왕이 되었는데, 자신의 자만이 화를 부를 줄이야. 그는 멍청하게도 파티에서 술이 취해서 다니엘을 시기하는 자들의 말을 듣고 말았다.      


“다 왔습니다. 들어가시죠.”

“그렇군. 이제 가봐도 되네.”

“...행운이 피켈님과 함께하시길.”

“고맙네.”     


 마치 죄수의 독방을 연상시키는 문 앞에서 피켈은 홀로 가만히 서서 다니엘과 처음 만났던 시절을 떠올렸다. 왠지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다니엘은 그때도 어딘가 이상한 구성이 있는 남자였다. 노예의 낙인이 찍힌 채로 왔음에도 주눅들지 않았던 남자는 피켈의 시종들을 뽑는 담당관에게 자신이 믿는 신이 아닌 다른 신에게 바친 음식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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